아이러니하다. 팬들의 사랑을 먹고산다던 대다수의 연예인들은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쏟아진 팬들을 보고도 모른 체하고, 아픈 역사를 담아낸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은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관객들을 뒤로하고 행사 포토월에 선다.
계엄 사태가 벌어지고 약 2주간 연예계는 혼란했다. 예정되어 있던 행사를 치를지 말지 고민이 깊었다. 일상이 멈출 수는 없으니 '일'은 해야 하지 않나. 나도 그들도 예정되어 있는 행사에 참여하며 서로의 비즈니스를 이어갔다. 다만 현장 취재를 하며 '저들은 마치 다른 세상에 살고 있나'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계엄 사태를 지운 것처럼 보여서다.
다수의 연예인들은 명품 행사에 참여하고 사회 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일상을 공유했다. 떠들썩해 보였다. "시국이 시국이니 자중하라"며 눈총을 주는 이들도 있지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마저도 폭력이니까.
다만 흐름은 읽어야 하지 않을까.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가 일어난 지 열흘도 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권력 유지를 위해 탄핵 표결에 불참하고 대중의 공분이 거세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비상계엄을 둘러싼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지고 국민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일상이 멈춰야 되겠느냐만은 모두 공포에 질린 상황이니 '드러내는 직업'을 가진 이들, '사랑을 먹고사는' 이들이 조심스러워야 하는 건 맞다.
지금 거리에는 2030 여성들이 응원봉을 들고 모여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고 있다. 학생들도 직장인들도 일상을 마치고 여의도에 모여 힘을 보태고 있다. 모두 정치인은 아니다. 평범한 이웃이다.
거리 위 수많은 응원봉이 빛나고 있다. 무대 위 혹은 스크린 앞 스타들을 향하던 것들이었다. 팬들은 K팝을 부르고 '최애'에게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겠다"고 말한다. 그 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도 없다. 거리에 나선 이들이 응원봉을 든 것도 마찬가지다. 가장 빛나고, 꺼지지 않는 마음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빛깔로 물결치는 응원봉이야말로 민주주의다. 색깔과 관계없이 '좋은 세상'을 위해 모여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응원봉'의 주인들의 행보가 씁쓸하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사는 이들이라면 저 불빛에 힘을 보태지는 못하더라도 격하시키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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