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현재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측 대화 상대는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또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그에 따른 탄핵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 상황에 대해서는 법치주의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9일(이하 현지시간) 국무부 브리핑에서 한국 대통령 탄핵 표결 이후 바이든의 소통 상대가 누가 돼야 하느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이 한국의 대통령”이라며 “한국 내 정치적 절차는 당연히 한국의 법률과 헌법하에서 전개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궐위 상태가 아닌 데다 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상 대통령이라는 인식을 나타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12·3 계엄 사태와 탄핵정국 이후 한덕수 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내놓은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과 대통령 권한 위임 방안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언급으로 풀이된다.
밀러는 현재 한·미 정상 간의 소통 계획에 대해 언급할 것이 없다면서 “그것은 백악관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인들과 함께하고 있다”며 “한국의 모든 관련 당사자와 소통의 선을 열어둘 것”이라고도 했다.
밀러는 이날 브리핑에서 ‘헌법’과 ‘법치’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 상황에 대해 “이 시련과 불확실성의 시기에 우리가 보길 원하고, 지난 며칠간 기쁘게 목도한 것은 한국의 민주적 회복력”이라며 “정치적 이견이 법치주의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적 절차와 정치적 절차는 법치주의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미국 정부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한국의 민주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 계엄 사태와 관련해 “한국의 민주주의 발현과 민주적 회복성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모든 정치적 의견 불일치가 평화롭고 법치에 따라 해소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숀 사벳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 역시 같은 날 “한국 국민이 이번 일을 평화적이고 민주적이며 헌법에 따라 해결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밀러는 지난 4~5일 워싱턴에서 개최 예정이었다가 계엄 선포 이후 무기한 연기된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도상연습에 대해 “일정 재조정과 관련해서는 할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내 정치 상황과 한·미 간 외교 협의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한·미동맹은 여전히 철통 같다”며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 세계 언론 “韓, 리더십 공백 상태”
이 와중에 전 세계 언론은 사상 초유의 윤 대통령 출국금지 사실을 전하며 한국의 리더십 공백 상태를 지적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이 출국 금지됨에 따라 한국의 정치적 기능 장애가 심화했다”며 “윤 대통령의 짧았던 계엄 이래 한국은 리더십 공백으로 빠져 들어갔고, 확산하는 시위는 그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의 거버넌스(통치 체제)는 실질적으로 마비됐다”고 진단했다. WP는 윤 대통령이 계속 하야를 거부하고 있으며 이는 윤 대통령의 대통령직이 ‘식물인간 상태’라는 정치분석가들의 평가를 소개하기도 했다.
미 CNN은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탄핵 투표에서 살아남았지만 그의 정치적 생존은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 동맹국들이 윤 대통령의 거취에 대한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국민의힘이 대통령 권한을 국무총리에게 위임하기로 한 결정은 한국을 헌정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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