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에 금융권 변동성 확대…연말 배당도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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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4-12-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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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구불·달러예금 줄다가 늘어…자본적정성 지표 하락 우려

하나은행 관계자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나은행 관계자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금융권에서 각종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서는 대기성 자금이 급증하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연말 배당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총 612조88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592조6669억원)보다 20조2198억원 늘어난 규모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자가 언제든지 되찾아갈 수 있는 대신 이율이 낮은 특성 때문에 아직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최근 한국과 주요국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인하하면서 5대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은 줄어드는 추세였다. 일반적으로 금리 하락기에는 투자 자금이 이율이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7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폐기되면서 탄핵 정국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요구불예금이 급증했다. 금융시장 불안정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일단 자금을 뺀 뒤 요구불예금으로 넣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환율 급등에 따른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비상계엄 이전 1402.9원이던 9일 원·달러 환율은 9일 1437원까지 치솟으면서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5대 은행 달러예금도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5대 은행이 보유한 달러예금 합계는 9일 기준 609억7300만 달러(약 87조원)다. 지난 2일보다 1억5100만 달러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 다음날인 4일 하루에만 6억5500만 달러(약 9344억원)가 줄어들었다가 다시 이틀 사이에 6억1600만 달러(약 8788억원) 늘어나는 등 요동쳤다. 비상계엄 직후 긴장감 고조되면서 달러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가 앞으로 환율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에 시장이 달러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4분기 배당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보통주자본(CET1) 비율 하락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금융지주 CET1 비율은 0.02~0.03%포인트 하락한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30원 이상 오른 것을 고려하면 금융지주별 CET1 비율이 약 0.05~0.1%포인트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산된다.

4대 금융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를 위해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CET1 비율이 13% 이상이면 그 초과분을 주주환원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금융지주별 CET1 비율은 KB 13.85%, 신한 13.13%, 하나 13.17%, 우리 11.96%로 집계됐다. 향후 환율 추이에 따라 CET1 비율이 13% 미만으로 떨어지면 대표적인 주주환원책인 배당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금융그룹은 이와 같은 변동성 확대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각종 상황에 대한 대응 계획을 점검하는 등 시장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해외 투자자에게 서한을 발송해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밸류업 방안에 대한 변함없는 이행을 약속했다”며 “기존 투자자와 잠재 투자자에게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해 투자자 이탈과 시장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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