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韓 최초 노벨문학상' 한강, 박수갈채 받으며 메달·증서 손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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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기자
입력 2024-12-11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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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설가 한강이 '최초'의 역사를 썼다. 2016년 5월 세계적인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아 이뤄낸 값진 성과다.
 
한국인 최초로 블루카펫 밟고...박수갈채 받으며 수상

2024 노벨상 시상식은 10일 오후 4시(현지시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랜드마크인 콘서트홀(Konserthuset)에서 열렸다. 
 
검은색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한강은 노벨상을 상징하는 블루 카펫을 '한국인 최초'로 밟았다. 콘서트홀에서 열리기 시작한 1926년 이래 처음이다.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노르웨이 오슬로 시상식에 참석했다. 

한강은 검은색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다른 수상자들과 함께 입장했고, 시상식장 무대 중앙 왼편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축하했다.

네 번째 문학상 수상자로 호명된 한강은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앞으로 나가 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상 증서와 메달을 받았다. 국왕은 악수를 건네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했다. 

스웨덴 한림원의 종신위원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은 문학 부문 시상 연설에서 "궁극적으로는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고 한강의 작품세계를 평가했다.

한강의 주요 작품을 관통하는 색상이 '흰색'과 '빨간색'이라고 짚은 그는 "흰색은 그녀의 많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눈(雪)으로 화자와 세상 사이 보호막을 긋는 역할을 하지만, 슬픔과 죽음의 색이기도 하다. 또 빨간색은 삶, 한편으로는 고통과 피를 의미한다"는 해석을 내놓고 "흰색과 빨간색은 한강이 작품 속에서 되짚는 역사적 경험을 상징한다"고 부연했다.

한강은 시상식이 끝난 후 연회에 참석해 수상 소감을 밝힐 예정이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현대 산문의 혁신적 작가 평가

유년시절부터 책과 함께 성장한 한강은 주류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만의 철학과 독특한 문체를 작품에 담아온 작가로 평가받는다. 

시인 등단 이듬해인 1994년 서울신문에 단편 ‘붉은 닻’을 출품하며 소설가로 등단한 한강은 2005년 소설 ‘몽고반점’으로 제29회 이상문학상을 타며 두각을 드러냈다. 

2010년 '바람이 분다, 가라'로 제13회 동리문학상을, '아기부처'로 제25회 한국소설문학상을 각각 수상한 그는 2016년 ‘채식주의자’로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와 함께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을 받으면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맨부커 선정위원회는 그의 작품을 두고 "압축적이고 정교하고 충격적인 소설이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묘한 조화를 보여줬다"고 평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5·18 광주민중항쟁의 슬픔을 그린 '소년이 온다(2014년)'로 말라파르테상을 받았다. 당시 한강은 "존엄과 폭력이 공존하는 모든 장소, 모든 시대가 광주가 될 수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리고 작가 생활 32년째인 2024년, 문학계 최고 상인 노벨문학상 수상자에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선정되며 한국 문학계에 값진 선물을 안겼다. 

한림원은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냈다. 그의 작품은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동양적 사고와 결합해 탐구하는 특징이 있다"고 평했다. 이어 "한강의 작품은 독자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준다"며 "그는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를 통해 현대 산문의 혁신적인 작가로 자리 잡았다"고 부연했다. 

한강은 수상자 선정 직후 노벨위원회와 전화 인터뷰하면서 한국 문학과 한국어가 그의 창작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외신들은 K-문학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순간이라고 잇따라 보도했다.

한국 문학계는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문학계 인사들은 "한국 문학이 도달한 현재 수준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극찬하며 "한국 문학의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한국 문학에 근본적인 체질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대형 서점에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코너가 마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대형 서점에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코너가 마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K-문학에 새 지평···전 세계에 한강 신드롬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K-문학의 위상을 세계 중심으로 이끈 계기가 됐다. 전 세계 문화계와 다양한 외신이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찬사를 쏟아냈다. 변방에 있던 K-문학이 비로소 세계적인 인정과 주목을 받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7일 스웨덴 한림원에서 진행한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 '빛과 실'이란 제목으로 한국어 강연을 진행했을 당시에도 한강은 참석자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그는 강연에서 "일기장들과 함께 여덟 편의 시를 묶어 '시집'이라고 이름 붙인 종이들을 발견했다"며 자신이 여덟 살 때 쓴 시의 내용을 공개했다. 또 장편소설을 쓸 때마다 "질문 안에 살고, 질문들의 끝에 다다를 때 소설을 완성하게 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채식주의자'(2007년) 집필 당시 한강은 "한 인간이 완전하게 결백한 존재가 되는 것은 가능한가? 우리는 얼마나 깊게 폭력을 거부할 수 있나?" 같은 질문에 빠졌다고 한다.

또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년이 온다’(2014)를 집필할 때는 "‘광주 사진첩’이라는 책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에 저항하다 희생된 이들, 총상자들에게 피를 나눠주기 위해 대학병원 앞에서 끝없이 줄 선 이들의 사진을 보며 인간은 인간에게 왜 이런 행동을 하는가,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두 질문이 충돌했고 이는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라는 두 질문이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2021년까지 글쓰기의 동력이 됐다. 하지만 2~3년 전부터는 그런 생각을 의심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1979년 4월의 나는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사랑은 무얼까?' 두 개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다"며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음(背音)이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부연했다. 

차기작에 대해선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뒤 3년이 흐른 지금, 아직 나는 다음의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음에 쓸 다른 소설도 오래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강연 전날인 6일에는 작품 '소년이 온다'를 언급하며, "2024년에 계엄 상황이 다시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한강은 "맨몸으로 장갑차 앞에 멈추려고 애썼던 분들,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면서 제지하는 모습, 다가오는 군인들 앞에서 버텨보려고 애쓰는 사람들, 군인들이 물러갈 때 잘 가라고 마치 아들들에게하듯 소리치는 모습을 봤다. 그분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졌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라건대, 무력이나 어떤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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