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읽고 쓴다는 건,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은 10일(현지시간) 노벨상 시상식이 끝난 뒤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 블루홀에서 열린 연회에서 수상소감을 통해 이처럼 밝혔다.
한강은 단상에 올라 영어로 “저는 여덟 살 때 오후 산수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서 다른 아이들과 건물 처마 밑에서 비를 피했던 일을 기억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길 건너편에는 비슷한 건물의 처마 아래에 비를 피하는 사람들이 보여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다"며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그 비에 팔과 다리가 젖는 것을 느끼면서 그 순간 저는 갑자기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강은 "저와 나란히 비를 피하는 사람들과 길 건너편에서 비를 피하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나'로서 살고 있었다"며 "이는 경이로운 순간이었고, 수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한강은 "읽고 쓰는 데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저는 이 경이로운 순간을 반복해서 경험했다"며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 깊은 곳으로, 다른 내면과의 만남,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질문을 그 실에 맡기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난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 등은 수천 년 동안 문학에서 제기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르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가 인간으로 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가장 어두운 밤에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는 언어가 있다. 이 언어는 사람들과 생명체의 일인칭 관점을 상상하라고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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