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중국 CATL(닝더스다이)이 스페인에 유럽 내 세번째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유럽 전기차 시장 둔화 속에 중국에 적극 구애해 온 스페인과 손잡고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견제에 대응한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11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CATL은 전날 유럽 완성차 기업 스텔란티스와 합작 투자 회사를 설립하고 스페인에 40억3800만 유로(약 6조865억원) 규모의 리튬 인산철 배터리(LFP)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기업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 공장은 스텔란티스가 소유한 스페인 북동부 지역 사라고사 부지에 세워질 예정으로 생산 규모는 연 50기가와트시(GWh)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생산된 배터리는 스텔란티스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장 가동은 2026년 말로 예상된다.
이번 발표는 전기차 판매 둔화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유럽 배터리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나왔다. 유럽 대형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는 최근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다른 프로젝트들도 지연되거나 취소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은 자국 전기차 공급망 강화를 위해 중국에 적극 구애를 펼쳐왔다. 페트로 산체스 총리는 지난 9월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스페인 자동차 생산 부문에 대한 지원을 구하고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지난 10월 진행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계획에 대한 회원국 투표에서 기권한 바 있다.
중국 역시 스페인의 구애에 불응할 이유가 없다. 중국 전기차 업계는 EU의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내 생산능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CATL도 이미 독일과 헝가리에 수십억 유로 규모의 공장을 건설해 가동하고 있다. 스페인 공장은 CATL의 세 번째 대규모 유럽 공장이 될 전망이다. 스페인은 독일에 이어 유럽에서 두번째로 큰 자동차 생산국으로, 저렴한 에너지 비용 등을 이점으로 삼아 배터리 기업 투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더구나 미국 시장 확장 계획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추진이 어렵다. CATL은 현재 미국 시장에서 배터리 생산 기술 라이선스 계약만 체결하고 있다. 포드는 CATL의 기술을 활용해 미시간 주에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며 테슬라도 네바다 주에서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비슷한 계약을 체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CATL은 테슬라의 주요 공급업체지만 미국과 중국 간 긴장 고조로 미국 내 성장 계획이 위협 받자 유럽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