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갈 길 바쁜데 계엄 쇼크에 발 묶인 韓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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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4-12-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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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새벽 국회 본청에 진입한 군 병력이 국민의힘 당대표실쪽에서 본회의장 으로 진입하려 하자 국회 직원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진입을 막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새벽 국회 본청에 진입한 군 병력이 국민의힘 당대표실 쪽에서 본회의장으로 진입하려 하자, 국회 직원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진입을 막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무너지고 있다. KDI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수출은 전월(4.6%) 대비 낮은 1.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ICT 품목(25.8%)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이 내리막길을 걸었는데 일반기계 –17.2%, 석유제품 –17.0%, 석유화학 –3.6% 등 대부분의 성적표가 처참하다. 대미수출은 반도체 호조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의 부진으로 –3.1%를 기록했다. 여기에 건설투자와 소비도 좀처럼 회복의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고금리로 각종 투자가 얼어붙은 것은 물론 가전제품, 스마트폰, 화장품 등 대부분의 소비재 판매가 줄었다. 내수와 밀접한 서비스 소비도 계엄 사태 이후 숙박·음식점업 등을 중심으로 급감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는 대외 불확실성도 커진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내세운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한국의 수출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벌써 세계 경제는 자국 우선주의에 요동치고 있다. 영국은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맞서 EU(유럽연합)와의 경제 협력 강화를 시사했고, 보복 관세를 맞은 캐나다와 중국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이 조치가 현실화 된다면 무역 보복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런 와중에 일본과 동남아는 미·중 패권경쟁 틈을 교묘하게 파고들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범정부적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동, 남미, 인도 등도 건설과 에너지, 인프라 등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서도 피어날 다양한 사업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는 어떨까. 살벌한 예고편이 끝나고 당장 다음 달부터 경제판 '제3차 세계대전' 본편이 시작되는데 뚱딴지 같은 계엄령 쇼크에 빠졌다. 대미무역 전략을 점검하고, 한국의 미래 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공급망 검토에 힘을 보태야 할 정부 기능이 올스톱됐다. 무역전쟁은 초기의 전략 수립이 중요한데 정치에 발목 잡혀 경제의 골든타임을 모두 허비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의 역사를 겪고도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근면한 국민들, 피를 흘리며 지킨 민주주의, 노벨 문학상에 빛나는 한강과 BTS로 대표되는 한류 문화. 반백년 넘게 기업과 국민들이 쌓아올린 국가적 위상이 모래성처럼 사라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모습은 고통 그 자체다. 

권력을 사유화해 마치 수건 돌리기를 하듯 넘겨 받겠다는 여당도 문제지만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야당 역시 사법적 불확실성 때문에 국민들의 신뢰를 100% 얻지 못한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 참담하게 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국민도 공범이다. 19세기 초 프랑스 철학자 조제프 드 메스트르는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걸맞은 정부를 갖는다'고 했다. 나라의 국격은 정부의 모습과 국민이 권력을 위임한 국회의원의 행동에서 드러난다. 수준 높은 국민이라면 수준 높은 정부를 가질 것이지만 무지한 국민이라면 국민들 개돼지로 보는 정부를 갖는 게 세상의 이치다. 연말연시를 맞아 따뜻하고 몽글하게 녹았던 마음을 잠시 장록 속 깊은 곳에 넣어두기로 했다. 대신 24시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켜볼 것이다. 우리에게 다시 한번 '국가의 품격'을 선택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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