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바로 다음날인 4일 아침부터 예약 취소 전화가 왔어요. 30분 동안 전화를 붙잡고 설득했습니다. 말레이시아·독일·남미에서 단체예약으로 최소 30명에서 50명까지 오는데 내년 1~2월에는 수백명이 취소될 것 같네요." (오시난 서울 글로벌관광 명예 시장)
‘12·3 비상계엄’ 여파로 단체 관광·호텔·투어 예약 취소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관광업계가 토로한다. 관광업계는 겨우 코로나 이전 회복세를 찾고 있는데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다시 침체에 빠질까 봐 우려하고 있다.
동남아 여행 '직격탄'...12월 여행 80% 취소
11일 서울시가 주최한 ‘관광분야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한 오시난 명예시장은 "국가 브랜드 가치라는게 있는데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계엄 사태로 전세계가 완전 쇼크를 먹었으니 관광객 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케르반그룹 대표이사로 터키-지중해 레스토랑 케르반 식당 16개 매장을 운영했으나,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8개 매장으로 줄어든 바 있다.
서울 방문 관광객의 약 30%를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 항공데이터 제공업체 베리플라이트(VariFlight)는 내년 1월~3월 중국에서 한국으로 가는 항공권 예약 수가 지난 2일 183만석에서 지난 9일 162만석으로 일주일 사이 약 11%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관광 감소 우려.."적극 안전 홍보해야"
현업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단체 관광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유진호 한국관광공사 콘텐츠 본부장은 "단기간 타격보다 중장기가 더 문제라고 본다"며 "지금 당장 항공이라든가 숙박 예약한 사람들이 위약금을 감수하면서 취소하기는 부담 있으니 그냥 왔을 수는 있는데 새로운 수요들이 한국을 찾지 않는 문제들이 생길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황두연 한국여행업협회장은 "현재는 새로운 부킹이 안들어 온다는 게 큰 쿤제"라면서 "여행하기에 안전하다는 걸 외국인들이 그걸 납득해야 올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회의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안심시키기 위한 각종 대책 마련이 급선무라는 데 공감대가 모였다. 이를 위해 국내 거주 외국인 인플루언서나 국외 거주 한국 인플루언서를 적극 활용하자는 방안이 논의됐다. 오세훈 시장은 “관광업계가 다시금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서울이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확산하고 홍보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탄핵 정국이 빨리 매듭지어지면 불확실성 해소에 따라 관광 수요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시 관계자는 "항공권 취소는 계엄 선포 당시에 집중돼 있고 계엄이 해제되자 금주부터 정상 회복세를 보였다"고 했다. 유 본부장은 "2000명에서 만명짜리 마이스(MICE) 사업은 결정을 내리는 데 몇 달이 걸리기 때문에 변화하는 사정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오는 26일 뉴욕에서 오징어 게임이 첫 공개되는데, 그런 새로운 콘텐츠로 활용한 홍보가 잘되고 회복 탄력성이 좋은 나라니까 금방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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