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공직사회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장관들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하면서 관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11일 세종관가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 전원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계엄령 해제 이후 4일 오전 다른 국무위원들과 함께 사의를 표했다. 교육부는 “(이 부총리 거취는) 인사권자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완섭 환경부 장관도 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정부 부처 장관들이 일괄 사의를 표명하면서 관가 분위기도 혼란스럽다. 기존에 계획됐던 주요 일정이나 행사는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대외 행사는 최소화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4일 이기일 1차관이 참석해 개최하려던 자립준비청년 장학금 지원사업 업무협약식 일정을 미뤘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도 6일 충남 천안에서 '수소 교통 대중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서울에선 한국그린수소협회 창립총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모든 일정을 전면 보류하고 한강홍수통제소 집무실에서 대기했다. 이후 지난 9일 현장 일정을 재개했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의욕 상실을 호소한다. '조기 레임덕'으로 이미 공무원 사기 저하가 우려되던 상황에서 복지부동 분위기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공무원들은 현재 업무를 유지하는 선에서 상황 관리만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세종청사 내 공무원은 "이맘때면 연초에 있을 대통령 업무보고 준비에 분주하다. 하지만 올해는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 정국이 불투명해 눈치만 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국정 과제들도 '좌초'가 불가피하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최종 사표 수리 전까지는 직에 전념하며 의료개혁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게 전반적인 기류다.
이주호 부총리는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AIDT)’ 등 교육 정책을 완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교육개혁 또한 험로가 예상된다. 야당과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웠던 AIDT, ‘유보(어린이집-유치원) 통합’ 등 각종 교육 정책에 대한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
이런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는 공직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한 총리는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일상이 한 치 흔들림 없이 유지되도록 모든 국무위원과 부처 공직자들은 매 순간 맡은 바 소임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 사회부처 공무원은 "각 부처에 공직기강 확립을 지시하는 공문도 내려졌다. 복무 관리를 강화하고 공무원들에 대해 음주를 제한하는 내용"이라며 "송년회와 회식 등도 취소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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