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코앞에 둔 14일 오후 4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패딩과 목도리, 핫팩으로 무장하고 응원봉과 '탄핵' 피켓을 든 시민들로 가득 찼다. 국회의원들이 표결을 시작하자 "윤석열을 탄핵하라"는 구호 소리가 더욱 커졌다. 숨을 죽인 채 휴대전화를 들고 유튜브 생중계를 보는 시민, 두 눈을 감고 기도를 하며 결과를 기다리는 여성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같이 말하며 의장봉을 두드리자 여의도 일대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앉아 있던 시민들도 벌떡 일어나 박수 갈채를 보냈다. "민주주의는 살아 있다" "대한민국을 지켰다" "대한민국 만세" 등 구호가 곳곳에 퍼졌다.
반면 같은 시간 광화문 일대에는 한 손에는 태극기를, 다른 한 손에는 성조기를 든 시민들 사이로 "아이고 어쩌나" "대한민국이 무너졌다"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눈물을 흘리는 시민도 있었다.
40대 남성 김모씨는 "(윤 대통령의) 고충은 생각하지 않고 탄핵은 한쪽에만 쏠린 결론"이라며 역정을 냈다. 그는 "특활비를 없애고 대통령이 하는 일마다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이들이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20대 남성 정모씨는 허탈한 표정으로 "가결이 됐으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에서도 "민주주의 승리" "국민의 승리"라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전남 순천시민사회가 결성한 '윤석열 퇴진 순천시민비상행동'은 "국민이 승리했다.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상실한 윤석열의 직무가 드디어 중단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안심할 수 없다. 대통령 퇴진 시까지 국정조사 착수와 이들에 대한 진상규명, 공모자들에 대한 수사 요구를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이 짙은 강원특별자치도와 윤 대통령 외가가 위치한 강릉에서도 "민주주의를 향한 의지를 다지는 역사적 순간"이라며 가결을 환영했다. 기세남 강릉사랑시민연대 대표는 "더 늦지 않게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다행"이라며 "계엄 선포에 동조하고 연루된 자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겠다"고 강조했다.
국외에서도 탄핵안 가결에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날 400명 정도가 모인 독일 수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 광장에서는 탄핵안이 가결되자 야광봉을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영국 런던에 있는 주영 한국대사관 인근 공원에는 교민과 유학생 등 300여 명이 모여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규탄하는 뜻에서 1분 23초 동안 묵념하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행사를 주최한 '재영한인촛불집회'는 "계엄 사태는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정면으로 훼손한 폭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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