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관광산업 잔혹사, 이젠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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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부 부장
입력 2024-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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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이 때아닌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계엄 선포 직후 국회의사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등에 난데없이 헬기가 출몰하고 군 장갑차, 무장한 군인들이 등장했다. 단꿈을 꾸던 국민은 삽시간에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비상계엄 선포 후 6시간여 만에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며 한국 사회 전체는 '비상 상황'에 이르렀다.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고 주가도 들썩였다. 국가적 위상과 이미지가 추락하며 우리나라 경제를 좌우하는 각종 산업이 위축됐다. 

특히 관광시장은 또다시 위기에 처했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해제했음에도, 해외 주요국이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잇달아 발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 외무부는 광화문, 대통령 집무실(용산), 국회(여의도) 주변에서 시위가 예상된다며 자국민들에게 한국 여행 경보를 내렸고, 미국 역시 폭력 사태 확산을 우려하며 시위 진행 지역을 피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일본은 자국민들에 한국 여행 주의령을 내리는가 하면, 뉴질랜드는 한국 여행 경보를 기존 1단계(정상)에서 2단계(신중)로 격상했다. 전쟁 중인 이스라엘마저 한국 여행 경고를 발령했다. 

여파는 컸다. 한국 여행을 계획했던 외국인들이 숙박 예약을 취소하고, 호텔·리조트 내 연말 기업 워크숍·각종 행사를 위한 대관 취소 사례도 줄을 이었다. 

관광산업은 외부 변수에 특히 취약한 산업군으로 손꼽힌다.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 이로 인해 시작된 한한령, 한·일 간 무역 갈등 등 외교적 정치적 환경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관광은 가장 크게 휘청였다. 

지난 2016년 말~2017년 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에도 방한 여행 불안감이 한껏 고조됐었다. 한국관광공사의 방한 관광 통계 결과에 따르면, 2016년 1724만1832명이던 방한외래객 수는 2017년 1333만5758명으로 23%가량 줄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방한 중국인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탄핵 촛불집회 등 대규모 도심 집회와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이어지며 방한관광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탓이 컸다. 

코로나19 확산 후, 관광업계는 실적이 무려 '제로'에 수렴하는 등 상황이 악화했고, 4년 넘는 시간 고통에 시달렸다. 그러다 이제야 비로소 '빛'을 보기 시작했다. 엔데믹과 한류 열풍이 맞물리며 외국인의 방한 러시가 이어졌고, 인바운드(방한 관광) 전문 여행사는 연말 특수를 기대하며 콘텐츠를 다변화하는 등 내실을 다져갔다.

하지만 국가 수장의 '한마디'에 정부와 업계의 노력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됐다.

2024년 한국 방문의 해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국내외 전방위 마케팅에 나섰던 정부는 예정에 없던 '안전 한국'을 외치며 외국인의 한국 여행 불안을 진화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1일 만에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뉴질랜드가 16일 한국 여행경보를 다시 완화했고, 외신들도 '한국은 안전한 여행지'임을 보도하고 있는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해외에선 상황이 유동적이라고 판단해 여행 주의 조치를 완전히 해소하진 않았다. 

실제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 심리가 최장 180일을 꽉 채우고 60일 내에 대선을 치를 경우, 정치 리더십 부재와 정국 혼란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은 내년 여름까지 이어질 것이다.

국가의 수장이 촉발한 계엄 선포에 이미 업계는 피해를 입었고, 실적 추락 공포 또한 오롯이 떠안았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 할수록 업계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종된 관광업 연말 특수가 내년 상반기까지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단 얘기다. 

방한 관광객 급감은 심화하는 내수 부진을 더욱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한다. 관광산업 잔혹사, 이젠 끝낼 때도 됐다.

작금의 상황에서 국가가 해줄 일은 한 가지다. 하루빨리 탄핵 정국을 매듭지어 이들의 불안과 공포를 해소하고, 불확실성을 걷어내 주는 일이다. 그래야 업계가 참담한 상황에서 벗어나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사진=기수정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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