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급락했던 조선·방산 업종이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계기로 상승 동력을 얻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들 업종이 수출 상승 국면에 있어 정치적 불확실성과 관계 없이 투자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대형 조선주들이 최근 1주간 일제히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지난 9일 대비 HD한국조선해양은 45%, HD현대마린엔진은 26%,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각 12%, 13% 상승했다. 이 기간 코스피는 5.44% 올랐다.
항공우주 및 방산주 역시 코스피보다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5%, LIG넥스원은 14% 올랐다. 현대로템은 11%, 한국항공우주는 6% 상승했다.
조선·방산 대형주 8개 종목의 직전 1주간(2~9일)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였다. HD한국조선해양(-27%), 삼성중공업(-9%), 한국항공우주(-13%), 한화에어로스페이스(-13%) 등이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수익률(-4%)보다 크게 하락했다.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주말 사이 국회에서 첫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로 극대화된 정치 불확실성의 직격탄을 맞은 결과였다. 정부 간 협력과 지정학적 영향이 실적을 좌우하는 업종 특성 때문에 계엄 사태 등으로 인한 낙폭이 더 컸다.
2차 탄핵안 가결 가능성이 높아진 지난주부터는 뚜렷한 반등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고 한덕수 국무총리 대행 체제로 국정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조선·방산주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조선 업종 주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후 지난달 윤 대통령과 첫 통화에서 한국과 조선업 분야에서 협력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강세를 나타낸 바 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한·미 조선 협력이 긴 호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당장 정치 리스크 영향이 작으며 원화 약세라는 환율의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방산 업종은 정치 관련 변수의 영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지만 보수 정권이 연이어 집권하고 국내 위주 사업 비중이 높았던 과거만큼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과 유럽 이외 국가로 수출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쟁이 발발한 유럽∙중동을 중심으로 한 지상 방산 수요가 K-방산 수출 상승으로 이어지며 경쟁력 재평가 계기로 작용했다"며 "동남아∙중남미 등 제3세계 국가들도 군현대화 및 무기 확보, 방위산업 역량 성장에 대한 수요가 높아 이를 통해 추가 실적을 확보하고 내실을 다질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