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최고 지도자인 왕산 성도종 종법사는 17일 2025년(원기 110년) 새해를 맞아 한 해 동안 "우리 모두 하나 되고, 감사하며 보은행을 실천하자"고 당부했다.
왕산 종법사는 이날 2025년 신년법문을 발표하고 일원상 진리의 가르침을 통해, 모든 생명과 존재의 근원은 하나이며 모든 중생이 존귀함을 강조했다.
특히 갈등과 분열로 고통받는 세상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하나가 되는 길이 진정한 평화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왕산 종법사는 “하나 되는 마음공부와 감사와 보은의 실천이 우리를 낙원공동체로 인도할 것”이라며, 모두에게 평화롭고 은혜로운 새해를 기원했다.
이하 신년법문 전문
우리 모두 ‘하나’ 되어 ‘감사’하고 ‘보은’하자
원기 110년(2025) 새해를 맞이하여 법신불 사은님의 은혜가 모든 생령과 온 누리에 가득하고, 재가출가 교도 여러분께서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지난해는 세계 여러 곳에 전쟁과 갈등이 일어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정치와 경제의 불안정으로 인해 어려움이 가중되어 마음 아픈 한 해였습니다. 하루속히 전쟁이 그쳐 세계 인류와 우리 국민 모두 평화롭고 행복해지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지난해 종법사로 취임하며 ‘마음을 하나로! 세상을 은혜로!’라는 취임 법문을 통해 “제생의세(濟生醫世)의 개교 정신을 실천하자”고 했습니다. 을사년 새해를 맞이하는 오늘 “우리 모두 하나 되어 감사하고 보은하자”는 다짐으로 이 정신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첫째, 일원상 진리 앞에서 하나로 삽시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일원상 진리’를 밝혀 “일원은 우주 만유의 본원(本源)이며 제불 제성의 심인(心印)이며 일체 중생의 본성(本性)”임을 드러내 주셨습니다.
그 사실을 알지 못 할 땐 우주 만물이 각각 나뉘어 있고 세상 역시 분열과 갈등만 있는 듯 보이지만, 각자의 근본 마음인 일원상 진리를 깨달으면 모든 것이 본래 하나임을 알게 됩니다. 모두가 ‘근본은 하나이면서 동시에 따로 존재’하므로 각각의 존재는 있는 그대로 신성하고 유일하며 존귀함 그 자체입니다.
우리의 마음도 나타날 땐 여러 가지 모습이지만, 본래 마음은 요란함도 없고, 어리석음도 없으며, 그름도 없는 온전함을 지닌 오직 ‘하나’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그 온전한 본래 마음을 잃고 욕심과 번뇌에 가려 마음을 혼란하게 만들고, 스스로 분별심을 일으켜 분리된 존재로 알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함께 소태산 대종사께서 밝혀주신 마음공부로 하나의 마음을 깨닫고, 그 열린 마음의 눈으로 나와 너를 바라보고, 자신과 이웃, 세상 만물과 자연을 바라봅시다.
일원상 진리로 하나의 마음이 될 때, 너와 나, 사람과 사회, 인류와 자연은 조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지금 세상은 문화와 종교, 이념과 가치관 등의 차이로 많은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고 평화를 이루는 길은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하고 화해하는 데 있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하나 되는 길로 나아갑시다. 우리가 그 일에 앞장서서 일원상 진리의 밝은 빛으로 하나 되고 그 영향력이 이웃과 세상에 전달되도록 합시다.
둘째, 사은(四恩) 속에서 감사하고 보은합시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일원상 진리’를 통해 생명과 존재가 그 근원은 하나이며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그 진리는 사은(四恩), 곧 천지·부모·동포·법률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우리는 그 은혜 속에서 태어나 살아가며, 동시에 나 자신도 그 은혜의 일부로 존재합니다. 따라서 사은은 우리의 존재근거이며 생명 그 자체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삶과 자연의 근원인 사은의 은혜를 깨닫고, 그 은혜에 감사하고 보은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감사와 보은은 우리의 삶을 은혜로 충만하게 할 뿐 아니라 세상을 은혜로 가득 채울 수 있습니다.
나 혼자 잘 사는 세상은 있을 수 없습니다. 원망하고 배은하는 삶은 자신을 파괴하고 세상을 병들게 합니다. 서로 은혜를 나눌 때 우리는 진정으로 함께 사는 세상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은혜로운 삶은 내가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고, 어려움을 당한 이웃에게 손을 내미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가난한 이웃, 소외된 이들, 그리고 나와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은혜를 나눔으로써 모두가 더불어 공존하는 낙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슬픔과 고통이 곧 우리의 슬픔이며 고통임을 우리는 압니다. 그러니 그들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는 것이 바로 은혜를 실천하는 구체적 방법이 될 것입니다. 감사와 보은의 마음으로 베푸는 나의 작은 선행, 다른 이의 기쁨과 아픔에 함께 공감하고 나누는 마음은 모두가 평화롭고 은혜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듭니다.
나아가 사람과 사람뿐 아니라, 우주 대자연 그 자체가 하나로 연결된 생태적 공동체이며 한 몸입니다. 기후 위기는 우리가 이 생명의 은혜를 잊고 살아온 결과입니다. 사은의 은혜로 생명을 지속할 수 있음에 대한 감사와 보은의 마음으로,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선택해 실천합시다.
우리 모두 ‘일원상 진리 앞에서 하나 되고, 사은의 은혜에 언제나 감사하며 보은행을 실천’하며 삽시다. 이 길이 곧 ‘일원의 체성(體性)에 합하고 일원의 위력을 얻는 삶’입니다. 우리의 ‘하나’ 되는 마음공부와 ‘감사’와 ‘보은’의 실천은 우리 모두를 일원 세계, 낙원공동체로 인도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실천은 세상의 고통을 치유하고 인류에게 희망이 될 것입니다.
자기 자신과 더불어 파란고해의 일체 중생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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