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등 대용량 데이터를 요구하는 산업 발전으로 기업용 SSD(eSSD)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용량 eSSD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낸드 시장을 이끄는 두 회사는 61TB(테라바이트) 용량의 eSSD를 경쟁적으로 출시하며 생성 AI 시대 저장장치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18일 AI 데이터센터용 대용량 eSSD 'PS1012 U.2'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U.2는 2.5인치 크기의 SSD를 의미하며, AI 서버와 고성능 워크스테이션을 타깃으로 대용량과 높은 내구성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자회사인 솔리다임과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도 61TB eSSD 개발을 완료하면서 AI 데이터센터의 대용량화에 한층 속도가 붙게 됐다. 솔리다임은 지난해 7월 61TB eSSD 'D5-P5336’ 개발을 완료하고 올해 1월부터 출하를 본격 시작했다. 삼성전자도 지난 7월 61TB eSSD 'BM1743'의 양산을 시작했다.
4TB의 벽을 넘기 힘들었던 SSD가 61TB에 도달한 배경에는 낸드 저장방식을 기존 MLC(2비트셀)와 TLC(3비트셀)에서 QLC(4비트셀)로 업그레이드한 것이 있다. 플래시 메모리의 셀 하나에 4비트 데이터를 저장함으로써 저장용량을 1.5~2배가량 확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QLC SSD는 과거 데이터 저장 속도가 느리고 제품 수명이 짧은 것을 단점으로 지적받았으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관련 문제를 대부분 해결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AI 시대의 본격화로 고성능 eSSD의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고, 이를 고용량으로 구현할 수 있는 QLC 기술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런 흐름에 맞춰 관련 기술을 적용한 61TB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의 61TB eSSD는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차세대 입출력 규격인 ‘PCI익스프레스 5.0’를 지원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경쟁사보다 늦게 61TB eSSD를 출시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 PCI익스프레스 5.0의 높은 대역폭(일정한 시간 내에 주고받을 수 있는 데이터양)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설계했다. PS1012 U.2의 순차 읽기 성능은 이전 규격 제품 대비 2배 빠른 초당 13GB(기가바이트)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다음 목표는 용량을 두 배 확대한 122TB eSSD를 양산하는 것이다. 실제로 솔리다임은 지난 11월 QLC 기반 122TB eSSD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히며 내년 1분기 중에 제품 공급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내년 상반기 고객사 공급을 목표로 122TB eSSD 개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eSSD 시장은 대용량 모델에 대한 빅테크와 클라우드 기업의 높은 수요에 힘입어 매출 73억7900만 달러를 기록, 전 분기보다 28.6% 급성장했다. 매출의 경우 삼성전자가 32억 달러(43.4%)로 1위를 기록했고,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이 20억5800만 달러(27.9%)로 그 뒤를 이었다.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매출 11억5300만 달러(15.6%)를 기록하며 높은 성장세를 보였으나 점유율은 두 회사에 미치지 못했다. 4위와 5위는 일본 키옥시아(8.6%)와 미국 웨스턴디지털(4.5%)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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