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 스타일” 트럼프
'위대한 미국 건설(MAGA)'을 어젠다로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재등장에 전 세계가 떨고 있다. 트럼프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 앞은 전 세계 정상들이 트럼프를 만나려고 줄서 있다. 전 세계가 트럼프 집 앞에 줄서는 것은 트럼프가 휘두를 쇠몽둥이가 두렵기 때문이다.
미국 휴스턴 대학교와 코스털 캐롤라이나 대학교가 2023년 12월 전미정치학회(APSA) 회원 등 정치분야 전문가 5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4 위대한 대통령 프로젝트’에서 트럼프는 미국 역대 45명의 대통령 중에서 최악인 45위를 했다. 1위는 링컨, 오바마는 7위였다. 반면 트럼프는 역대 45명의 대통령 중 분열을 조장하는 갈라치기를 가장 많이 한 대통령에서 1위로 뽑혔다.
“가장 위대하지 않은 대통령”이 '위대한 미국을 건설'(MAGA)하겠다는 어젠다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아이러니다. 트럼프는 죽은 고기는 절대 먹지 않는 맹수처럼, 죽은 권력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 냉혹함이 있고 순발력이 강한 맹수처럼 내각인사를 순식간에 해치우는 능력을 보이지만 변덕이 죽 끓듯 해 지구력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트럼프는 정부, 교육, 문화, 군대를 단칼에 개혁하겠다고 하지만 어공은 늘공을 이기기 어렵다. 4년짜리 단임 대통령이 늘공 공무원과 군대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혁한다고 하지만 모든 나라의 정부는 느리다. 지도자의 개혁에 공무원과 군대가 맞장구치는 경우는 드물다.
트럼프는 전 세계를 상대로 보편관세와 중국을 대상으로 고율의 보복관세를 퍼붓겠다고 공언했지만 만약 액면대로 시행되면 분업의 강점을 일깨운 애덤 스미스와 무역의 이점을 알려준 리카르도를 부관참시 하는 일이다. 조상묘를 함부로 파헤치면 다치는 수가 있듯이 전 세계 무역과 공급망 체계는 대혼란의 도가니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트럼프는 거짓말도 능청스럽게 하는 챗 GPT를 장착한, 정치도 외교도 거래로 보는 “돈 주면 안 잡아먹는 빌런” 같은 존재다.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의 대선 공약이행률을 보면 오마바가 47%, 트럼프가 23%, 바이든이 30%로 트럼프가 가장 낮다. 트럼프는 대선 공약 5개 중 1개만 실행하고 4개는 그냥 공수표 날렸다는 얘기다.
트럼프의 속내를 알려면 트럼프가 쓴 <거래의 기술(the art of deal)>을 읽으라고 하지만 트럼프는 이 책도 본인 쓴 게 아니라 대필작가가 써준 것이다. 트럼프의 정책 어젠다인 아메리카 퍼스트, 보편관세, 메이크 아메리카 그레이트 어겐도 트럼프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 모두 베낀 '카피의 기술(the art of copy)'이다. America First는 1914년에 나온 구호이고, 보편관세는 1971년 닉슨이 써먹은 구호이고, Make America Great Again도 1980년 레이건 대통령이 썼던 구호다.
트럼프 제조업 부활은 시대착오 혹은 “정치쇼”?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제조업 부활과 무역적자 해소 정책은 어떻게 봐야 할까? 1인당소득 8만2000달러 나라에서 50년 전 집 나간 제조업이 60% 보복관세로 리턴 할 수 있을까? 석유 증산으로 제조원가 낮춰주어 제조업 리턴을 유도한다고 하지만 그런 식이면 사우디나 이란이 제조업의 메카가 돼야 한다.
공장은 보조금 많이 주는 데 짓는 것이 아니고 시장 가까이에 지어야 한다. 미국은 보조금 주고 세금 깎아주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숙련공, 노조, 임금, 환경규제가 문제다. 기술은 시발점과 종착역이 같았던 적이 없다. 철강, 화학, 자동차, 가전에서 반도체까지 미국, 일본, 한국, 대만을 거쳐 중국과 동남아로 간 제조업을 역주행시켜 다시 미국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미국은 제조업에서 뒤에 오는 놈 발 걸어 넘어뜨리기 아닌 한발 앞서가기가 정답이다, 반도체(Semiconductor) 아니라 초전도체(Superconductor), 컴퓨팅이 아닌 양자(Quantum)컴퓨팅, 리튬이온 배터리가 아닌 전고체배터리로 먼저 가는 것이 해법이다.
AI 로봇으로 제조원가가 중국, 동남아보다 낮아지지 못하면 보조금, 세금감면으로 만든 미국의 제조업 리쇼어링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이고 휴머노이드 로봇 나오기 전까지 미국의 제조업 리쇼어링은 '정치쇼'다.
제조업과 수출에서 세계 2위를 하는 미국이, 세계 1위의 제조업과 수출국인 중국을 관세로 때려잡겠다고 큰소리 치지만 이미 트럼프 1기 때 25% 관세정책은 실패했다. 중국의 대미무역흑자는 2019년 한 해만 감소했고 그 이후 계속 증가했다. 이번에는 60% 고율관세를 들고 나오지만 관세로 중국을 때려잡는 것이 아니라 주변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때려잡고 아시아에서는 무역흑자가 가장 빨리 증가한 한국을 먼저 때려잡을 가능성이 높다.
대국은 절대 길들여지지 않는다.
트럼프 대중정책의 진짜 속내는 무역으로 시비 걸고, 기술로 목 조르고, 금융으로 돈 털어 가는 것이다. 세계 최강 중국의 제조업은 심장(반도체)과 혈관(금융)을 끊어야지 보복관세로 팔다리 하나 잘라서 죽일 수 없다.
대중 무역제재는 트럼프발 '사재기'로 물가만 올린다. 중국 제조의 심장 반도체, 경제의 혈액 금융을 끊어야 한다. 80년대, 지금 중국보다 강했던 일본의 제조와 반도체는 플라자합의와 반도체협정으로 죽였지 미국의 리쇼어링으로 죽인 게 아니다. 미·중의 3차전쟁에서 중국의 반격은 '자원'이고 이를 무력화하는 미국의 패는 '금융'이다. 미국은 무역적자 축소를 핑계로 중국에 환율 압박, 금융시장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미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캐나다와 멕시코가 25% 보복관세로 당했다. 트럼프가 얘기하는 ‘돈 만드는 기계(money machine)’ 한국은 중국을 길들이는 데 시범 케이스가 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여전히 중국이 수출 1위인 한국, 미국과 의리를 따르면 돈이 울고 돈을 따르면 의리가 운다.
미국은 트럼프 당선으로 보수 창궐, 한국은 어설픈 계엄사태로 보수 궤멸이다. 트럼프 정부와 물밑협상이 급한데 한국은 '싸움의 달인'들만 있고 '협상의 달인'이 보이지 않는다. 대국은 절대 길들여지지 않는다. 미리 예측하고 먼저 가서 기다려야 문제를 풀 수 있다. 맹수 같은 트럼프에 뒷북 치면 잡혀 죽는다. 한국 정치, 빨리 탄핵정국 정리하고 미국과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그 후유증은 모두 정치인들이 아니라 민초들이 처절하게 몸으로 막아내야 하는 불상사가 올 수 있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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