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의미없는 피아식별 이제는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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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락 기자
입력 2024-12-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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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SNS 인스타그램왼쪽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된 임영웅과 DM 대화라고 주장하는 캡처 사진오른쪽
임영웅 SNS 인스타그램(왼쪽)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된 임영웅과 DM 대화라고 주장하는 캡처 사진(오른쪽).


군대를 다녀온 이라면 대다수가 '피아식별띠'를 기억할 것이다. 훈련 상황에서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기 위한 것으로 통상 육군에서는 백색 면과 노란색 면에 '통일', '멸공', '필승'과 같은 단어가 인쇄돼 상부 지침에 따라 방탄모나 어깨에 두른다. 

비상계엄으로 말미암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 찬반 여부에 대한 공개적인 입장 표명이 마치 '피아식별띠'처럼 활용되는 모양새다. 

특정 연예인의 SNS로 몰려가 이번 탄핵 사태에 대한 입장을 따지듯 묻는 행태가 대표적이다. 정말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생각이 궁금하기보단 피아식별을 통해 자신과 뜻이 맞지 않을 경우 적군으로 몰아 공격하려는 의도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탄핵의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는 점에서 찬반 의사를 밝히는 행위는 그 자체로 존중 받아야 한다. 국회를 통과한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가 심리하고 판결을 내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고 국민 여론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탄핵 찬반 주장을 두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근거를 제시하는 경우도 많지만 자신의 뜻과 다르다 해서 공개적으로 의사를 밝힌 사람을 비난하거나 비방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하는 이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권력의 남용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취임 이후부터 검찰 출신 인사를 중용하면서 윤 대통령의 권력 남용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아직 진상이 더 밝혀져야 하겠지만 이번 계엄령 발동을 통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는 점 역시 민주주의에 대한 큰 위협으로 꼽힌다.

탄핵에 반대하는 측은 주로 법적 절차와 합법성을 강조한다. '고도의 통치 행위'로 계엄을 선택한 윤 대통령이 법적으로 중대한 하자를 범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 대통령의 탄핵 요건에 헌법과 법률을 명백히 위반했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이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기자의 개인적인 입장을 묻는다면 이번 계엄 사태가 야기한 대외신인도 하락과 내수 경기 침체 등 사회·경제적 피해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탄핵 정국을 둘러싼 찬반 갈등은 단순한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넘어 대한민국 사회·경제·정치의 향후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탄핵이 현실화될 경우 정치적 공백이 발생할 순 있지만 과거 탄핵을 경험해  본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정적이고 정치적인 갈등을 넘어 철저히 법과 절차에 따라 냉철하게 판단하고, 국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의미에서 지금의 탄핵 국면이 어떤 결론을 맺더라도 그 결과가 민주주의를 더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모든 정치적 주체들은 책임감을 갖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대한민국 경제는 커져가는 불확실성 속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과 내수 경제의 침체, 저출산과 저성장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우리 경제를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대중 역시 의미 없는 피아식별 행위를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 대한민국호 선장이 정상적인 항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선장을 바꾸면 될 일이다. 강압적인 피아식별을 통해 벌어지는 내전은 소모적이며 분열만 조장할 뿐이다. 

탄핵의 공이 헌재로 넘어간 지금 정치적 대립이 법적 절차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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