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사채권자 집회서 '특약 삭제'...유동성 위기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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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 기자
입력 2024-12-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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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일 사채권자집회서 투자자 달래기 성공

  • 포트폴리오 전환 통한 실적개선은 과제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이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투자자 달래기에 성공하며 재무적 부담을 덜어냈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롯데케미칼이 기한이익상실(EOD )위기를 넘기며 구조조정 및 실적개선을 위한 재정비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롯데케미칼은 이날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총 14개 공모 회사채의 실적 관련 재무특약을 삭제하는 조정안이 가결됐다고 공시했다. 롯데그룹이 은행의 확실한 신용보강과 함께 그룹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은행 담보로 제공하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빠르게 회복한 결과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사채권자 집회 공고 및 공시 이후부터 사채권자들과 순차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긴밀한 소통을 이어온 결과"라며 "집회 결과를 바탕으로 법원인가를 거쳐 해당 특약은 삭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이날 오전 EOD 사유가 발생한 14개 회사채의 특약 조정을 위한 사채권자 집회를 소집했다. ‘3개년 누적 평균 이자보상배율(EBITDA·이자비용)을 5배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집회 핵심 안건이었다.

롯데케미칼이 지난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발행한 회사채 중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14개 회사채에는 이 같은 조건이 포함됐다.

하지만 올해 3분기 말 기준 롯데케미칼 이자보상배율은 4.3배에 그쳤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로 석유화학 사업의 이익 창출력이 급격히 악화한 결과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2년 영업손실 7626억원, 지난해 3477억원에 이어 올해 1~3분기에도 누적 66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에 EOD가 선언되면 사채권자들이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어 회사 재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EOD 사유가 발생한 회사채들의 발행 잔액은 2조450억원 규모다. 이는 3분기 말 기준 롯데케미칼의 현금성자산 약 3조6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결국 롯데그룹이 채권자 설득을 위해 롯데케미칼 회사채 담보로 시가 6조원 규모의 롯데월드타워를 내놨다. 또 시중은행 4곳과도 롯데케미칼 회사채 신용보강을 위해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사채권자의 90% 이상은 집회 이전에 이미 서면 혹은 구두로 동의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EOD 위기를 넘기며 실적개선을 위한 구조조정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기초화학 비중을 30% 이하로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지난달 말 그룹 인사에서 롯데 화학계열사 10명의 대표가 교체되고,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사업을 이끌던 이영준 부사장이 승진해 총괄 대표와 기초소재를 맡게 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해외 자회사 지분을 활용한 자금 조달에도 속도를 낸다. 올해는 미국 에틸렌글리콜(EG) 생산법인, 내년에는 인도네시아 법인(LCI)을 활용해 각각 6600억원, 7000억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하는 파키스탄 법인 재매각과 말레이시아 LC타이탄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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