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의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상향하는 등 환율 불안 장기화에 대비한 유동성 규제 완화에 나선다. 2000년대 후반 급격한 외채 증가에 대응해 단계적으로 제한했던 기업의 외화대출 규제도 완화해 대·중소·중견기업의 시설자금용도 대출에 한해 허용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과 20일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컨퍼런스콜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외환 수급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그간 대외건전성 관리를 위해 엄격히 제한한 외환 유입에 대해 국제금융·외환시장 환경 변화를 감안해 정책기조를 재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외화 유입 대비 유출 우위가 지속되는 수급불균형 구조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물경제 및 외화자금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외환 유입 관련 규제들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금감원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각 금융기관의 외화자금 과부족액을 평가하는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취하는 감독상 조치를 내년 6월까지 연장한다.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에 대한 원화용도 외화대출 제한도 완화한다. 현재 중소·중견기업 국내 시설자금에 한해 잔액 내에서만 허용하던 외화대출을 대기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는 필요시 차주의 환리스크 부담여력을 고려해 환리스크 부담이 낮은 수출기업으로 대출을 제한할 방침이다.
국내 기관의 룩셈부르크 증권거래소(LuxSE) 상장 편의 개선도 추진한다. LuxSE는 최대 국제채권 거래소지만 엄격한 절차로 국내 외화채권의 참여도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국내기관의 LuxSE 채권 상장시 증권신고서 제출을 면제하고 상장절차 간소화 혜택을 제공해 외화조달 여건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미리 구축된 결제 체계를 통해 달러환전 없이 상대국 통화결제를 확대하는 이종통화 결제 여건 개선에도 나선다. 올 9월말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간 현지통화 직거래 체제(LCT)가 출범한 가운데 '한→인니 지급시 무증빙 한도 상향', 'LCT 수행은행(ACCD)의 계좌 일말잔액 한도 상향' 등을 통해 LCT 활용을 활성화한다는 목표다.
이밖에 말레이시아 등 주요 아세안 교역국과 추가 LCT 체결도 검토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각 과제에 필요한 조치사항을 일정에 맞춰 추진하고 시행 효과, 국가신인도 및 외환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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