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고정성' 개념 폐지…법조계·재계 "기업 경제적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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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언 기자
입력 2024-12-2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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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9일 오후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착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9일 오후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착석해 있다.[사진=연합뉴스]


앞으로 고정적으로 주어지지 않는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새로운 판결이 나오면서 재계가 발칵 뒤집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기업들에게 경제적 부담이 크게 가중될 것이며 임금체계의 대폭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조언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 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전날 한화생명보험과 현대자동차 전·현직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기존 판례를 변경해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요건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고정성 개념을 통상임금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한 근거로 △고정성 개념은 근로기준법령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는 점 △고정성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축소시켜 시간외근로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못하게 함으로써 연장근로 등을 억제하려는 근로기준법 정책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한 개념으로 실근로여부와는 무관하다는 점 △통상임금이 법정수당 산정을 위한 도구 개념임을 고려하면 사전에 산정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결론이다.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제시했는데 이 중 고정성 요건을 11년 만에 폐기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재직 조건부 임금,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등 통상임금의 판단 기준을 재정립했다. 이에 따르면 근로자가 재직하는 것은 소정근로를 제공하기 위한 당연한 전제로, 재직조건이 부가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소정근로 대가성이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또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충족할 소정근로일수 이내의 근무일수 조건이 부가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반면 소정근로일수를 초과하는 근무일수조건부 임금은 소정근로를 넘는 추가 근로의 대가이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대법원은 새로운 법리를 판결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하고, 이번 판결 및 판결 선고 시점에 변경된 법리가 재판의 전제가 돼 통상임금 해당여부가 다퉈져 법원에 계속 중인 병행 사건들에 대해서는 새로운 법리가 소급해 적요된다고 판단했다. 판례 변경이 종래 판례를 신뢰해 형성된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한 것이다. 

그럼에도 판결 직후 재계에서는 재무 부담과 이번 판결로 인한 소송전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전면 뒤집은 것으로써 경영계로서는 심히 유감스럽다"며 "현장의 법적 안정성을 훼손하고 향후 소송 제기 등 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강석구 조사본부장 명의 입장문을 통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고, 대내외 불확실한 경영 여건과 맞물려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통상임금 법리의 변경은 우리나라 노사 관계에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판결은 기업의 자금 유동성을 악화해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조계에서도 판결로 인한 재계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임금체계 근간이 되는 통상임금 개념을 큰 폭으로 변경해, 11년간 형성된 임금체계와 노사합의, 관행 등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각 사업장의 경제적 부담이 크게 가중되고 임금체계의 대폭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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