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축소로 큰 불편을 겪었던 씨티은행 고객들이 KB국민은행 영업점 창구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씨티은행은 기존 고객 불편을 줄이기 위해, KB국민은행은 씨티은행 소매 고객 확보를 위해 손을 잡았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 13일부터 KB국민은행과 창구제휴 서비스를 시작했다. KB국민은행 영업점 창구에서 씨티은행 고객이 통장을 활용한 자금 업무를 볼 수 있게 한 게 핵심이다. 예컨대 입·출금부터 계좌 잔액 조회, 거래 내역 조회, 통장 정리 등 기본적인 업무가 가능하다.
이번 창구제휴는 지난해 6월 양사가 맺은 업무 제휴를 확장한 것이다. 당시 두 은행은 상품, 서비스 등 업무 전반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고, 씨티은행 고객이 기존에 받던 혜택을 KB국민은행에서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KB국민은행 영업점 창구에서 직접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씨티은행은 국내 점포를 줄이는 동시에 소비자 불편도 최소화하기 위해 창구제휴 서비스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올해 7월 말 기준 국내에서 운영 중인 씨티은행 영업점은 전국에서 단 13개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내년 이후에는 수도권 2개, 지방 거점 7개 등 총 9개 점포만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매금융을 접기로 한 상황에서 점포 운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KB국민은행은 씨티은행의 남은 소매 금융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제휴를 확대했다. 씨티은행이 보유 중인 대출 규모는 상당하다.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4조2506억원에 달한다. 그 가운데 신용대출 잔액은 2조4222억원, 주택담보대출은 1조8285억원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이 씨티은행과 제휴를 확대한 이유다. 씨티은행은 대출 만기 연장을 2026년 말까지만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씨티은행 고객 전용 신용대출 대환 상품인 ‘KB 제휴 대환 신용대출’도 운영하고 있다. 올해 3월 말부터 대출을 갈아타는 고객에게는 최초 1년간 1%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 중이다. 또 12월 한 달간은 0.5%포인트 추가 우대금리를 지원한다. 이 밖에도 남아 있는 이자 전액과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현재 신용대출 대환 관련 씨티은행과 제휴한 곳은 KB국민은행 한 곳뿐이다. 2021년 소매금융 철수를 선언한 씨티은행은 단계적으로 사업을 접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사실상 기존 금융 소비자가 택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새 은행이 KB국민은행이 된 셈이다. 창구제휴로 여신에 이어 수신 부문도 KB국민은행이 고객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결제원을 통해 KB국민은행 점포에서 씨티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KB외 주요 시중은행의 다른 대환대출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씨티은행 고객을 우대해 주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KB와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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