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비롯해 각종 산업 정책을 진두 지휘해 온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헛수고'라며 미국이 기술에서 중국보다 앞서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달 퇴임을 앞둔 러몬도 장관은 22일(이하 현지시간)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은 헛수고"라며,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장려하는 반도체과학법이 "수출 통제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취임 이후 산업 정책을 중심으로 미국의 경기 활성화 및 대중국 경쟁 전략을 추진했고, 그 결과 반도체과학법과 전기차 생산을 장려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이 탄생하게 됐다. 이에 이달 초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과학법이 "뉴딜 정책 이후 최대 미국 투자"로 이어졌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발전을 차단하기 위해 수출 통제 등 각종 제재를 내놓을 때마다 중국은 자신들의 강점을 활용해 자원 수출 통제로 맞서왔다.
반면 내달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과학법을 "나쁜 거래"라고 지칭하면서, 오히려 관세를 크게 올린다면 "기업들이 와서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반도체 회사를 지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트럼프는 미국에 10억 달러(약 1조446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기업들에게는 환경 평가를 제외하는 등 행정 절차를 간소화 시킬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러몬도 장관은 미국 기업들의 경쟁을 저해하는 규제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기업들이 지팡이를 휘두르는 것 마냥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있도록 백지 수표를 위임하는 것은 엄청난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과학법의 기업 지원 절차를 예로 들며 지원금 계약을 맺은 인텔이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지원금 역시 중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반도체 전쟁'의 저자인 크리스 밀러 터프츠 대학 교수를 비롯해 일부 전문가들은 반도체과학법의 지원 대상이 반도체 연구·개발(R&D)보다는 생산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WSJ은 짚었다. 아울러 중국은 많은 자국 기업들이 반도체 설비 수출 통제 대상에 걸려있는 가운데서도 꾸준히 설비를 매입 혹은 자체 개발하면서 자체 반도체 생산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특히 중국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는 작년 러몬도 장관의 중국 방문 당시 보란듯이 자체 개발한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 '메이트60'을 깜짝 공개하며 미국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대중국 수출 통제가 별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러몬도 장관은 스마트폰을 구동하는 반도체가 미국산 반도체만큼 강력하지 못하다며 "그것은 매우 좋은 폰은 아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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