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책무구조도, 신한은 내년 2월부터 시행…업계 "책임 면피용만 만들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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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재 기자
입력 2024-12-2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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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부통제 책임 CEO에게까지 물어 금융사고 예방

  • KB증권, NH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하나증권 등

  • 개정 지배구조법 시행 앞서 조직개편·시스템 정비

  • 당국 내부통제 지적된 신한투자증권은 조기 도입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증권사들이 오는 7월부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개정한 시행을 앞두고 책무구조 도입을 위한 조직 개편과 시스템 정비를 하고 있다. 다만 증권업계는 책무구조도가 리스크 예방 및 관리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책임 소지만 가를 뿐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 NH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은 7월 지배구조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책무구조 도입 준비를 위한 태스크포스(TF) 팀을 만드는 등 책무구조도 작성업무에 필요한 부서별 실무담당자를 차출해 교육 등을 하며 회사 구조에 맞춰 업무 시행 준비를 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책무구조 도입과 관련해 안진 딜로이트, KPMG 삼정 등 회계법인 및 법무법인과 계약해 컨설팅을 통해 책무구조도를 작성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금융위원회에서 제공한 책무구조도 해설서를 참고해 컨설팅사, 금융지주, 금융투자협회 등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하고 구조도를 만들고 있다.
 
KB증권은 올해 2월초부터 내부 TF팀을 구성, 딜로이트 안진에 컨설팅을 진행, 임원 및 TF팀을 대상으로 책무구조도 설명회를 개최했다. 연내 책무구조 시스템 구축 완비를 앞둔 KB증권은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는 방향도 논의중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도 올해 4월 초 책무구조 TF팀을 신설했다. 법무법인을 컨설팅 업체로 선정한 NH투자증권은 올해 초 임원 워크샵을 통해 책무구조 도입관련 제도 설명회를 진행했다. TF팀 신설 후 회사는 책무구조 작성업무에 필요한 부서별 실무 담당자를 선정, 관련 교육과 설명회를 진행하며 준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하나증권은 준법감시실 주도로 책무구조 업무를 준비를 하고 있다. TF팀 구성 대신 리스크, 전략기획, 경영지원, 감사 등 유관부서와 협의하며 책무구조 준비를 하고 있다. 올 상반기 하나증권도 책무구조도와 관련한 임직원, 이사회 설명회를 마쳤다. 현재는 내부통제위원회 신설을 위한 유관 규정 제·개정 작업을 준비 중이다.
 
가장 먼저 책무구조도를 실무에 반영하는 회사는 신한투자증권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10월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선물 매매를 하는 과정에서 1300억원가량의 손실을 일으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검·조사를 받았다. 내부통제 지적을 받은 신한투자증권은 내년 7월이 아닌 오는 2월부터 금융지주가 설계한 플랫폼에 책무구조도 내용을 공유하고 실무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에서 횡령, 배임, 불완전판매 등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업무 연관성에 따라 내부통제 책임을 최고경영자(CEO)에게까지 물어 금융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개정안이다.
 
지난 7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은행과 금융지주는 금융업권에서 가장 빠른 내년 1월까지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본 시행을 앞두고 현재 금융위원회는 책무구조도를 조기 제출한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진행하고 있다. 증권사 역시 금투협을 통해 금융위와 책무구조 작성 방향과 불명확한 내용이 있을 경우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3분기  국내 61개 증권사 순이익은 기저 효과로 약 2.4% 소폭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매매 과정에서 내부통제 이슈가 불거지면서 당국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책무구조도 연장선으로 내년부터 자본시장 관련 긴급 현안 발생시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CEO 레터'를 보내기로 했다. 

당국에 따르면 금융사고 발생시 임원들의 관리 의무와 수행 권한이 불분명해 이에 다른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했다. 

다만 증권업계는 책무구조도가 리스크 예방에는 도움은 될 것으로 보면서도 문제 해결 자체보다는 금융당국과 임원의 책임소지만 가르는 면피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사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지만 리스크 발생 뒤 책무구조도가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있다”면서 “사고 발생 시 감독기관의 면피, 금융사 제재를 위한 방편으로만 활용되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책무구조도를 미리 만들었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의 과도한 재량권행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사후 임원 책임 부과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만 증가하는 것 같아 아직 여러 면에서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책무구조도 수정시 이사회 개최가 필수라 기업의 업무 부담 가중돼, 신사업 추진과 의사 결정 시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리스크 관리 부문의 상향 평준화를 기대하면서도 준법감시인 등 기존에 이뤄졌던 내부통제 업무가 많이 겹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준법감시인도 있었는데 운영관리가 가장 중요하게 될텐데 통제 활동면에서 겹칠 것으로 본다”며 “각 부서 지점별로 시행하는 내부통제 업무가 중복되는 것이 많아 도입 시 업무 통합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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