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떠오른 브로드컴에 맞춤형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요청을 받았다는 소식에 반등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500원(0.94%) 오른 5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1100원(0.65%) 오른 16만96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2거래일, SK하이닉스는 3거래일간 이어진 하락세가 일단 멈췄다.
기관투자자들이 두 반도체 대형주 상승을 견인했다. 기관은 삼성전자를 지난 19일 1500억원, 20일 697억원 순매도했는데 23일은 24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도 개인이 82억원, 외국인이 693억원어치 순매도하는 가운데 기관은 73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설계 업체 브로드컴에서 AI 가속기용 6세대 HBM(HBM4) 공급 요청을 받아 시제품 개발 준비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서 미국에서 예상치를 하회한 1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를 확인하며 S&P500과 나스닥이 올랐고, 미국 반도체 업종도 상승 마감했다"며 "코스피에서는 브로드컴의 HBM 수요 확대 기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반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브로드컴은 최근 자체 AI 가속기 개발 계획을 발표한 미국의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칩 설계 의뢰를 받아,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를 견제할 유망주로 떠올랐다. 내년 하반기 출시가 본격화될 HBM4는 브로드컴 AI 가속기의 성능을 부양할 핵심 부품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미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도 위축된 투자심리 회복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9일 SK하이닉스에 4억5800만 달러, 21일 삼성전자에 47억4500만 달러의 보조금 지급 액수를 확정했다.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법(칩스법)'을 근거로 앞서 TSMC, 인텔, 마이크론, 글로벌파운드리 등 미국에 반도체 제조시설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 지급을 결정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공장을 짓고 있어 보조금을 받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비벡 라마스와미가 지난달 26일 바이든 정부 체제에서 결정된 반도체 보조금 지급에 대한 재검토 방침을 시사했다.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보조금 수령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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