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기업은행지부가 임금단체협상 교섭을 본격화하며 은행권 노사 간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올해 호실적을 이유로 노조가 더 많은 임금과 성과급을 요구했는데, 사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다. 아직 주요 시중은행이 임단협을 이어가고 있어 은행권 전체로 투쟁 연대가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하 NH농협지부는 이날 오후 7시경 서울역 앞에서 임단협 교섭에 사측이 성실하게 나설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NH농협지부가 쟁의행위에 나선 건 1987년 노조 출범 이후 처음이다.
NH농협지부는 농협중앙회, NH농협금융지주, NH농협은행, NH농협손해보험, NH농협생명, 농협경제지주, 농협하나로유통, 농협양곡 등 8개 계열사 조합원으로 구성됐다. 앞서 농협중앙회와의 임단협 교섭이 결렬되면서 이번 집회가 열리게 됐다.
기업은행지부도 27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약 8000명이 참여해 모든 점포 운영이 마비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 총직원(1만3000명)의 약 62%가 파업하는 것이다. 기업은행 최대 주주인 기획재정부와 기업은행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향후 추가적인 2, 3차 파업도 추진할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이를 통해 모든 지점의 영업활동을 전면 중단시키겠다는 목표다. 다만 사측은 비노조 인력을 배치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두 노조가 결의에 나선 건 임금 때문이다. NH농협지부는 사측이 전년과 같은 수준의 성과급을 통보한 데 대해 반발했다. 올해 NH농협금융지주가 역대 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3151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이미 지난해 순이익(2조2343억원)을 넘어섰다. 노조가 작년보다 큰 성과급을 지급하라고 주장하고 나선 이유다.
기업은행지부도 임금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핵심은 시중은행보다 약 30% 적은 임금의 인상과 정부의 총액인건비 제한으로 미지급된 1인당 600만원 수준의 시간외근무수당 지급이다. 또 이익배분제 도입을 통한 기본급 250% 수준의 특별성과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의 배경이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은행의 1인 평균 급여액은 8500만원으로, 이미 1억원을 넘어선 시중은행에 비해 적은 편이다. 공공기관 특성상 총액인건비가 정해져 있어 초과 이익 배분이나 특별성과급 지급도 불가능하다. 기업은행 예산은 은행이 금융위원회에 승인을 올리고, 금융위가 기재부 지침에 따라 예산안을 확정한다.
향후 두 은행 노사 간 갈등이 은행권 전체 연대 투쟁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산업은행과 한국은행 노조는 기업은행지부 투쟁에 연대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아직 은행권에선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이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이자장사 한 돈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을 사측이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실적이 올랐는데, 직원들 입장에선 당연히 높은 성과급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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