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1500원대를 향해 치솟는 원·달러 환율로 부담이 커졌음에도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를 계속 사들이고 있다. 올해 폭발적 상승을 기록한 엔비디아는 계속 팔고 있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 통계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26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 주식을 6억8419만 달러(약 1조58억원)어치 순매수해 단일 종목 최대 순매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 주식을 5억5301만 달러(약 812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앞서 국내 투자자들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엔비디아를 2억1112만 달러어치 순매수했으나 이달 매도 우위로 전환했다.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는 작년 말 대비 11월 말 179% 올랐으나 11월 말 대비 12월 상승세는 주춤한 상태다.
토스증권이 올해 1~11월 집계한 월간 종목별 매수고객 비중 순위에서도 엔비디아는 올해 5월부터 9월까지 5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으나 10월부터 테슬라에 다시 1위를 내줬다. 테슬라는 1~4월 매수고객 비중 1위였고, 5~9월 2위에 머무르다 10월과 11월 다시 1위로 올라섰다.
시장조사업체 반다리서치는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식을 300억 달러(약 44조940억원)어치 매수했다며 엔비디아가 올해 개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엔비디아보다 테슬라를 매수하려는 경향이 더 강했다.
테슬라는 실적 저점을 통과해 내년 신사업 모델과 저가 전기차 출시를 통한 성장이 기대되나 엔비디아는 잠재 경쟁자가 부상하면서 AI 반도체 시장 점유율 하락 우려가 제기된 상황이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테슬라는 트럼프 당선 후 자율주행 규제 완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실적 반영 기대로 오르고 있지만 엔비디아는 주문형 반도체(ASIC)에 대한 공격적 전망을 제시한 마벨·브로드컴에 시장 관심이 쏠려 상승 동력이 줄어들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에 몰려 있던 개인투자자 자금은 차세대 기술주로 분산되고 있다. 예탁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팔란티어를 4억2347만 달러, 브로드컴을 2억2873만 달러, 마벨을 1839억 달러어치 순매수했다. 미·중 양자컴퓨터 기술 경쟁 심화로 주목받은 리게티컴퓨팅, 디웨이브, 퀀텀컴퓨팅도 도합 1억4085만 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윤 센터장은 "엔비디아는 내년 블랙웰 출하 본격화로 데이터센터 내 점유율 확대에 따른 이익 가시성은 우수하지만 블랙웰이 공개된 지 오래돼 일시 모멘텀 소강 국면"이라며 "밸류체인에 속한 국내 종목 이익 아웃퍼폼(시장 평균대비 초과 성과 달성)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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