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의 지피지기] 트럼프-시진핑 시즌2  …갈등과 협력의 초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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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논설주간
입력 2024-12-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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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 논설주간]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가 시진핑을 (1월 20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자신의 취임식에 참석해달라고 초청했다는데 나는 트럼프의 아이디어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 뉴욕타임스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지난 24일자 1면에 실린 오피니온 칼럼에서 트럼프를 칭찬했다. 트럼프에 대해 좀처럼 긍정적인 보도를 하지 않는 미국의 정통 보수 신문의 대표적 칼럼니스트가 트럼프를 칭찬한 점이 흥미로워서 읽어보았다. 제목은 ‘Lessons from my China trip(중국 여행에서 얻은 교훈)’. 프리드먼은 자신이 최근 중국을 여행하고 돌아와서 CBS 방송이 지난 12일 보도한 트럼프의 시진핑 초청에 대해 잘한 일이라고 생각됐다고 썼다.
프리드먼은 최근 자신이 중국을 여행하는 동안 현재의 미국과 중국 관계가 마치 두 마리의 거대한 코끼리가 빨대(straw)를 통해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가 시진핑을 취임식에 초청한 것은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프리드먼은 자신의 여행 기간 동안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에서 ‘전 중국 땅에 미국인은 나 혼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자신은 지난 30년 동안 중국을 왕래했지만 ‘전 중국에 미국인은 나 혼자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썼다. 베이징의 호텔 로비에서, 상하이의 기차역에서 미국인이 하는 영어 발음은 들을 수가 없었다. 여행하면서 만난 중국인들은 “내 아들딸들이 미국 가서 공부하는 건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중국인 부모들은 자녀들이 미국에 공부하러 가면 미 FBI가 미행을 할 것이고, 중국으로 귀국하면 중국 정부가 미행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중국 대학의 교수들은 “미국 학생들도 더 이상 중국에서 공부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전하고, 중국에서 공부하고 미국으로 귀국하면 미국 직장에서 의심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프리드먼은 전했다. 그는, 주중 미 대사관 통계에 따르면 27만명이 넘던 중국 내 미국인 유학생 숫자가 현재는 1100명에 불과하며, 이 숫자가 10년 전만 해도 1만5000명은 됐다고 했다.
프리드먼이 중국 여행을 통해서 깨닫게 된, 거의 바닥으로 가라앉아있는 미·중 관계는, 1917년 1월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4년과 2021년 1월에 취임한 바이든 행정부 4년이 만들어놓은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대중 정책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 중국 전문가는 마이클 필스버리였다. 미 허드슨연구소의 필스버리는 저서 <백년의 마라톤(Hundred-Year Marathon)>에서 “미국은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 시진핑(習近平)에 걸쳐서, 그리고 1949년까지 100년 동안, 과거에도 속았고, 앞으로도 속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미국을 대체해서 글로벌 슈퍼파워가 되기 위한 비밀전략’이라는 부제가 붙은 <백년의 마라톤>은 제1장에서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삼십육계를 소개한다. “제1조는 만천과해(瞞天過海)로, 하늘을 속이고 바다를 건너는 기만전술”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 책을 쓴 필스버리를 “미국 최고의 중국 전문가”라고 평가하면서 중국과 관세전쟁과 환율전쟁을 벌였다. 트럼프 후임자인 바이든은 트럼프의 대중 정책을 이어받고 확장했다. 보복 관세부과는 물론이고, 미국과 중국의 산업 간 연관성을 끊는 디커플링(decoupling·탈 동조화) 전략을 추진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지난 11월 7일 트럼프의 두 번째 당선이 확정되자 시진핑은 축전을 보냈다. 시진핑의 축전은 축하와 위협의 뜻이 함께 포함된 것이었다. “역사가 알려주는 것처럼 중국과 미국은 서로 화합하면 양쪽 다 이익을 볼 것이고, 서로 싸우면 둘 다 상처를 입을 것(合則兩利 鬪則俱傷)”이라고 협박성 경고의 의미를 담아서 보냈다. 그러면서 “중국과 미국 쌍방은 상호존중과 평화공존, 상호 윈윈(win-win)의 원칙에 합의하자”고 제시했다.
시진핑은 지난 12월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USCBC(미중무역위원회) 2024년도 만찬 모임에 축사를 보내 트럼프 2기 미·중 관계의 기조를 다시 강조했다. 시진핑은 중국과 무역을 하는 미국 국내 270개 기업이 참여하는 이 미중무역위원회에 보낸 축사에서 “화합하면 양쪽 다 이익을 볼 것이고, 서로 싸우면 둘 다 상처를 입을 것”임을 다시 확인했다. “중국과 미국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국 관계의 하나이며, 양국 인민들의 이익과 인류의 앞날 운명이 달려있다. 두 나라가 화합하면 둘 다 이익을 볼 것이고, 서로 싸우면 둘 다 상처를 입을 것이니, 앞으로 양국 관계는 대항이 아닌 대화, 제로섬 게임이 아닌 호혜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
중국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왕이(王毅) 정치국원 겸 국무위원은 지난 17일 지난 1년의 중국 외교를 되돌아보고, 앞으로를 전망하는 연설을 했다. 이 연설에서 왕이는 “중국의 대미 정책은 트럼프 취임 이후에 특별한 변화가 없을 것이며, 좋은 일이 많을 것”이라고 덕담을 했다. 그는 최근의 중·미 관계에 대해서는 “중·미는 최근 두 차례의 전략적 협의와 5차례에 걸친 금융·경제 분야 협력 회의를 개최했고, 마약과 기후변화 등의 분야에서도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칭화(靑華)대 국제관계 연구원 원장 옌쉐퉁(閻學通)은 지난 12월 20일 발행된 미국의 외교전문 계간지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에 트럼프 2.0 시대의 미·중 관계 전망에 대해 기고를 했다. “트럼프 2.0 시대에도 트럼프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의 위세가 대단하겠지만, 이에 대해 중국 지도자들은 전혀 겁먹지 않고(not scared) 있다.” “중국과 미국의 경쟁은 더욱 격렬해지겠지만 냉전 시대와 같은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옌쉐퉁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강렬한 반공의식을 가진 매파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를 국무장관으로, 미 육군 소령 출신의 피트 헤그세스를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하기는 했지만, 트럼프는 미·중간의 군사력 경쟁보다는 무역 경쟁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옌쉐퉁은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가 첫 번째 임기 때 중국을 ”미국의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비난하고, “중·미간 거대한 무역적자 때문에 미국의 핵심 공업지대가 공동(空洞)화 됐다”고 주장했으며, “코로나 병원체도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을 편 데 대해서는 중국 사람들이 아주 못마땅해 하고 있다는 점이 앞으로 중·미 간 교류에 장애 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특히 “중국이 펜타닐 마약으로 미국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심각한 불만을 품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의 그런 주장들은 미국과 중국 국민 사이의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칼럼 ‘중국 여행에서 얻은 교훈’에서 트럼프가 주중 미국대사로 조지아주 상원의원 출신의 데이비드 퍼듀를 내정한 데 대해 “퍼듀 주중대사 내정자는 오늘의 중국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퍼듀는 지난 9월 워싱턴 이그재미너(Examiner)지 기고에서 “분명한 것은 중국공산당은 중국의 목표가 국제사회의 패권을 쥐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전 세계를 마르크시즘의 세계로 바꿔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퍼듀의 그런 중국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면서 프리드먼은 “오늘의 중국 젊은이들 가운데에는 마르크시스트가 되기보다는 전기자동차 테슬라를 만든 일론 머스크처럼 되고 싶은 머스키스트(Muskist)가 더 많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이겨 미국을 자본주의 국가에서 마르크시즘의 나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의 자본주의적 경쟁에서 이기려고 한다는 사실을 주중 미국대사 내정자는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리드먼에 따르면, 칭화대 중국경제 사상과 실천 연구원 원장으로 하버드 대학 박사 출신의 리다오쿠이(李道葵) 교수는 “많은 중국 사람들은 트럼프를 중국 개혁개방 지도자 덩샤오핑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유는 덩샤오핑이 경제가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점을 중국인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해준 것처럼 트럼프도 모든 것을 경제로 연결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이 그리 나쁜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현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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