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수출은 사상 최대 규모인 68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K-컬처’는 전 세계로 계속 뻗어갔다. 그렇지만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高)’ 충격 속에 서민들의 일상은 고단했고,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은 전 국민을 충격으로 빠뜨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불발로 이어지는 정국 불안은 증시 등 금융시장은 물론 한국 경제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문제는 새해 상황도 그리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서민의 삶은 여전히 힘들고 경고음을 연신 울려대는 경제, 심화하는 사회 양극화와 골이 깊어지는 세대·이념·계층·젠더 간 갈등과 분열 등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냉혹하다.
새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잠재 성장률은커녕 0%대로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비관론이 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2%대 초반은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주류였으나 연말로 갈수록 하향 조정이 대세가 됐다. 특단의 부양책이 없는 한 ‘L’자형 장기 불황에 진입할 것이란 경고도 나왔다.
국내 소비자와 기업들의 심리는 이미 잔뜩 위축된 상태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12.3포인트 급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이다. 지수 자체도 2022년 11월(86.6)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6개월 후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지수도 2022년 7월 이후 가장 크게 하락했다.
건설업계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지난달 66.9까지 하락하며 건설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1월 전망치는 34개월째 기준치를 밑돌았다.
새해 연간 물가 상승률도 정부의 애초 전망치(2.3%)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경제성장률과 물가 동향을 보면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경기 하강 속도가 빨라지면서 고용 빙하기가 우려된다. 청년들의 일자리 감소와 고용의 질이 나빠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무엇보다 서민의 삶이 가장 걱정이다. 물가 상승, 공공요금 인상, 부채 상환 부담 증가 등 서민의 일상은 팬데믹 이후 지금까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새해에도 지속될 전망인 물가 상승,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고금리에 따른 가계부채 상환 부담 증가 등 서민의 일상생활은 더 궁핍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증폭된 복합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가 비상 국정 운영 체제를 가동해 경제·안보에 일말의 빈틈도 없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에서 정부의 힘만으로는 국난을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의 역할이 그만큼 더 중요해졌다. 국력을 결집해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치권부터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정파적 이익에만 매몰되지 말고 경제·민생과 안보를 지키기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와 민생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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