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한·미동맹을 강력 지지한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탄핵까지 이어진 상황을 보도하며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국무부는 27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에 이어 한 권한대행이 탄핵된 것에 대한 한국 언론의 질의에 “한국이 헌법에 명시된 절차를 평화적으로 따르는 것을 목격했다”며 “우리는 최 권한대행 및 한국 정부와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정부에 대한 지지 의사를 통해 한·미 외교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의 정권교체기에 한국의 국정 리더십 부재가 계속되고 정치적 혼란도 심화하면서 한·미동맹 관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철통 같은 동맹을 지지했다. 국무부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이 민주적 회복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라며 “이 과정 전반에 걸쳐 한국 국민을 강력하게 지지하며 한·미동맹을 강력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도 관련 질의에 “한국, 한국 국민, 민주적 절차 및 법치에 대한 우리의 지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한·미동맹에 대한 우리의 공약은 굳건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해외 언론들은 한국의 정치적 공백이 장기화했다며 관련 소식을 상세히 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국회의원들이 2주가 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국가 원수인 한 권한대행을 축출하기로 투표한 이후 한국의 리더십 위기가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 중 하나인 한국의 정부와 군을 책임질 강력한 선출직 지도자가 계속 부재하게 됐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기업과 소비자 신뢰도가 낮아졌고 원화도 폭락했다”고 덧붙였다.
미 워싱턴포스트(WP)도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있다”며 “국제적 이미지도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 권한대행 탄핵과 관련해 “한국의 두 주요 정당이 깊어지는 혼란을 해결하기 위한 협력에 실패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영국 가디언은 “한국 국회가 국가의 정치적 미래를 둘러싼 원한 어린 싸움의 장이 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인이 40년 가까이 누린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는 일은 숭고한 목표이며 이는 대다수 유권자의 지지를 받는다”며 “하지만 국회의 내부 상황은 민주주의와 힘의 지배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얇은지를 상기시킨다”고 부연했다. 영국 BBC 방송도 한국의 양당이 혼란의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현재 한국이 겪는 정치적 교착상태와 불확실성을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로이터통신은 “한 권한대행의 탄핵으로 한때 활기찼던 한국 민주주의의 성공 스토리가 미지의 영역으로 밀려났다”고 해석했다.
일본 보수성향 신문들도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이 한국 국회에서 지난 27일 가결된 것과 관련해 29일 사설을 통해 혼란 확대와 한·미·일 안보협력 차질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요미우리신문은 ‘혼란이 깊어지는 한국, 국제사회에도 불안 키운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소추된 것은 이례적인 사태”라며 “한국의 내정 문제라고 하지만 혼란 확대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혼란의 발단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였던 것은 틀림없지만 야당이 대통령 대행까지 탄핵해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케이신문은 ‘한국 야당, 어리석은 행위로 치닫지 말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 야당의 이번 탄핵은 지나치다는 감을 부인할 수 없다”고 평했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의 출범 등을 예로 들면서 “이런 시기에 대통령 권한을 보유한 자의 지위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한국은 대응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북한 등이 군사 도발과 여론 공작에 나설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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