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금원에 따르면 올해 근로자햇살론, 햇살론15, 햇살론유스 등 서금원이 공급한 정책서민금융 규모는 5조9800억원에 머물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가장 많이 공급했던 2022년(7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18.1% 줄었다. 정책서민금융 공급 규모는 2019년 3조8000억원에서 2022년까지 두 배 가까이 늘었으나 최근 2년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장은 "경기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할 수 있는 재원도 한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서금원의 공급 여력이 줄어드는 건 크게 두 가지 문제로 볼 수 있다. 먼저 서금원에서 취급하는 정책서민금융은 주로 신용도가 낮거나 소득이 적어 기존 금융권을 이용하기 어려운 서민들을 위한 금융 상품이다. 예컨대 생활자금을 빌리는 햇살론이나 최저신용자에게 최대 100만원을 대출해 주는 소액생계비대출 등이 있다.
이런 상품들은 서민들이 급전으로 찾는 '불황형 대출'로 쓰인다. 이런 대출이 늘어나면 상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곧 서금원이 차주 대신 은행에 돈을 갚아줘야 하는 비율인 '대위변제율'이 높아질 수 있다. 이 비율이 높아지면 서금원 재정이 악화하고, 결국 다른 서민들이 필요한 금융 지원을 받기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최저신용자를 지원하는 정책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15 연체율은 25.5%에 달했다. 2020년 5.5%에서 매년 상승 중이다. 햇살론15 대출심사에서 거절된 신용평점 하위 10% 이하 차주를 대상으로 대출해 주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대위변제율은 26.6%에 이른다.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 역시 지난달 31%를 기록해 역대 최고 수준을 갈아치웠다.
두 번째 문제는 한정된 재원이다. 내년도 정책서민금융 예산은 1조200억원으로, 올해보다 6100억원 줄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선 여야 간 증액 합의가 이뤄지기도 했으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정쟁이 극심해지면서 정부가 긴축 기조 속에 감액 제시한 최초 예산안이 통과됐다. 서금원은 별도 기금을 두지 않고 있다 보니 향후 취약계층·최저신용자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린다고 해도 서민금융 공급 여력이 다하면 정부의 추가 예산을 바라거나, 금융권의 자발적인 협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현재 서금원이 서민금융 공급에서 상당 부분을 떠안고 있다"며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 서민금융기관에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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