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돼야 2025년 국내 증시 반등을 낙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증시는 2024년 하반기 들어 미국 대선 후 정책 불확실성과 내년 금리 인하 축소 전망, 한국 경제성장률 추정치 하락과 계엄 사태 이후 정치 불확실성으로 부진을 거듭해 왔다.
31일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반도체 업종에 대한 외국인 매도세 등 높아진 불확실성과 환율 부담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잦아들어야 증시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초 외인의 반도체 업종 매도세 둔화와 원·달러 환율 안정화 신호가 확연히 나타나면 시장의 기술적 반등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종에서 2024년 한 해 외국인의 매도세가 집중된 종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의 2024년 삼성전자 순매도액은 10조5197억원이다. 이는 연간 외국인 순매도 규모 역대 1위였던 2021년(17조978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외국인은 2024년 한 해 삼성전자를 대거 팔았지만 시총 2위 SK하이닉스는 1조6862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 전체로도 1조2793억원을 순매수했다. 급등한 환율을 제외하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뭉칫돈을 싸들고 떠나게 만드는 데 삼성전자의 영향이 상당히 컸음을 시사한다.
새해에도 삼성전자는 수요 부진 지속, 트럼프 관세 리스크, 중국 업체 공급 확대,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경쟁력 부족 등 문제로 박스권 주가 흐름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수요에 변화가 없다면 D램은 3분기, 낸드는 1분기 가격 하락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강점을 지닌 전통 수요처 부진 심화 구간으로 진입하고 있고 AI 시장 경쟁력이 새로 확인된 부분도 없어 주가 반등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하반기를 바라보며 저가 매수하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2분기 이후 IT기기 수요 회복 등에 실적 회복이 예상된다"며 "상저하고 실적 개선과 밸류에이션 매력을 반영하면 IT 대형주 중심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또 증권가에선 공통적으로 새해 증시가 상반기 중 저점을 통과해 하반기 상승하는 '상저하고' 양상을 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25년 초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관련 우려와 비상계엄 사태 관련 국내 정치 불확실성 증폭·장기화 등 리스크를 국내 증시가 이미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어려운 시점을 지나면 이미 낮아진 밸류에이션 매력, 관세 부과 등 트럼프 정책 대응, 글로벌 금리 인하 등과 함께 회복의 시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도 박스권을 면치 못하나 1분기 미국 증시 조정 후 2분기부터 신정부 출범과 경기부양책 기대가 상승을 지지해 하반기가 더 나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사이클 추가 둔화가 예상되지만 주가가 예상 경로를 선행하면서 한국의 상대 수익률이 내년에는 회복될 것"이라며 "코스피 저점은 늦어도 2분기가 될 것"이라고 봤다.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2025년 코스피 지수 예상 구간은 낮게는 2200대에서 높게는 3200대에 걸쳐 있다.
NH투자증권, iM증권, 신영증권 등이 하단을 2200대인 2250~2260으로 제시했고 이들을 포함해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은 상단이 2900선을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키움증권, LS증권, 대신증권, 유안타증권은 코스피가 3000선으로 제시했고 신한투자증권은 3100선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증권이 코스피 상단을 3206으로 가장 높게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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