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의 직접적인 사고 원인으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유력하게 추정되면서 각 지방 공항과 건설 중인 신공항 역시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안 등과 인접한 공항 입지 특성 상 현재의 미흡한 규정만으로는 부처 간 대응 등 예방 실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고가 난 제주항공 조종사는 사고가 있기 4분 전 관제사와 교신에서 조류충돌을 언급하며 긴급조난신호(메이데이)를 보내고 복행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토부의 ‘조류 등 야생동물 충돌위험 감소에 관한 기준’ 고시 28조 등에 따르면 공항 표점을 기준으로 3km 이내는 조류보호구역을, 8km 이내에는 사냥금지구역을 설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금지구역이 설정되면 개체수가 크게 늘어나 조류 등 충돌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안국제공항이 맞닿은 무안군 탄도만 일대는 이달 초 해양수산부의 습지보호지역으로 추가 지정됐다. 기존 함평만 일대에 국한됐던 보호지역(42㎢)이 탄도만(71㎢)까지 확대된 것이다. 습지보호구역의 경우 국토부 고시에는 규정돼 있지 않지만, 조류 등 동물의 포획 등이 금지돼 사실상 사냥금지구역이나 조류보호구역과 유사한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 환경분야 전문가의 설명이다.
전북 새만금 국제공항과 부산 가덕도 신공항, 제주 제2공항 등 습지와 연접하거나 철새 도래지 등과 가까운 지역의 신설 공항의 조류 충돌 사고를 막을 예방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가 지난 2018년 발간한 ‘신공항 갈등 관리 결과보고’에 따르면 향후 계획 중인 신설 공항 건설 시 버드와이어 설치, 공항 내 교목관리, 먹이원 분산 등 조류 충돌 예방대책과 함께 대체서식지 조성 등의 대안이 제안됐으나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별도 세부 지침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특히 공항 신설 지역이 철새 도래지이면서 강 하구 및 해안가 개활지 등이 중심이어서 조류 충돌 위험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는 공항 반경 8㎞ 이내에서 조류충돌 사고의 72%가 발생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의 경우 낙동강 하구 및 남해 연안과 인접해 철새 이동로와 겹친다는 환경운동연합의 조사 결과도 있다. 인근 김해국제공항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조류 충돌 사고 수(147건)를 기록한 바 있고, 제주 제2공항 역시 부지 내 인근에 5개의 철새 도래지가 있어 관련 환경영향평가에서 이를 지적받았다.
국토부는 최근 브리핑에서 “신공항 진행과 관련해 조류 충돌 문제를 더욱 꼼꼼히 살펴보고 전문가와 함께 추가 보완 방안이 있는지 강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문길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조류 충돌과 관련해 국제적인 표준과 규제 기준이 있고 국내외 공항 모두 이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런 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신공항들도 해안가 등에 위치하고 있는 상황 등을 볼 때 정부 전체적인 조율이나 협업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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