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현장엔 컨트롤타워 없다"..재난관리기관 '우왕좌왕'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안수교 기자
입력 2025-01-01 09:0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선 발표 후 수습'에 유가족 지쳐

  • "재난관리 수습 과정 매끄럽지 못해"

31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여객기 꼬리 부분만 남아 있다 사진안수교 기자
31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여객기 꼬리 부분만 남아 있다. [사진=안수교 기자]


"참사가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컨트롤타워가 없다."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해 한 유족의 말이다.

이 유족은 "국토교통부나 실무진이 현장에서 고생 많다. 유족 중 한 명으로서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토부에서 이번 사고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경찰이나 한국공항공사 등이 제공하는 자료들은 너무 부족하다. 공항이 국가보안시설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실시간 게시 공지 등을 통해 유족에게 좀 더 진실성 있게 다가와 줬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정부는 이번 항공기 사고와 관련해 최상목 권한대행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국토부 장관이 1차장,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이 2차장을 맡았다.


중대본은 사고 원인 조사와 재발방지대책은 국토부가, 유족 지원 등 사고 수습은 행안부, 지자체가 현장 구조·구급은 소방청이 맡도록 역할을 분담했다. 중대본 본부장은 통상 행안부 장관이 맡는데 중대한 재난일 경우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국무총리는 직무정지, 행안부 장관은 공석이다.

유족들은 사고 현장에서 국토부 장관이 자신들과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31일 오전 여객기 참사 유족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열고 “검안과 검시, DNA를 통해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28명이 있다”며 “이들은 서류 준비부터 해서 오후 2시부터 가족이 원하면 바로 인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오후 2시가 지나도록 해당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참고 기다리던 유족들의 고성이 터져나왔다. 한 유족은 “명단을 공개한다고 했는데 왜 공개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뒤늦게 현장에서는 (신원이 확인된 28명) 희생자 명단이 유족 단체방에 공유됐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국토부가 ‘선(先) 발표 후(後) 수습’한 사례는 또 있다.

박한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사고 이튿날인 30일 "관계당국 브리핑에서 오후 2시면 (시신 안치용) 냉동컨테이너 설치가 완료되고 오후 4시면 시신이 컨테이너 내부에 안치될 거라 했는데 모두 거짓말이었다”며 "유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오후 5시 현장을 찾았을 땐 냉동컨테이너가 뒤늦게 도착해 그제야 조립을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중요한 건 희생자들이 마지막까지 존엄과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지금 시신들은 격납고 바닥에 널부러져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사고 현장에 직접 들어가지 못하는 유족들은 공항 2층에 마련된 유족 안내장소에서 냉동컨테이너 설치에 대해 주변 관계자들에게 수차례 문의했지만, 현장 상황이나 지체 이유 등을 명확히 설명해 주는 현장 공무원은 없었다.

냉동컨테이너는 설치 진행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다음 날 새벽 5시가 돼서야 모든 시신을 냉동컨테이너에 안치할 수 있었다. 한 현장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발표하는 수치나 내용이 가장 정확할 것”이라면서도 “대형 참사에 재난관리 과정이 다소 매끄럽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중대본은 1일 오전 6시 기준 사망자 179명의 신원이 전원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날까지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던 사망자 5명의 신원이 이날 모두 확인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