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의 Next Korea] 분노와 증오를 녹이는 푸른 처방 …'숲사랑금' 통해 행복 선진국 한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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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입력 2025-0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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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스트레스·증오에서 벗어나 명상·힐링의 ‘숲사랑금’ 도입
 
힘들고 피곤하고 지칠 때 무엇을 하면 좋을까?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들이 누구나 갖게 되는 생각이 아닌가. 이에 대해 실마리를 제공하는 영화 ‘카모메식당‘이 있다. 세계에서 지난 6년 동안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핀란드 헬싱키에서 일식당 카모메에서 보통사람들이 잔잔한 일상의 행복을 찾아가는 스토리다.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해 인기를 끈 김태리 주연 ’리틀 포레스트‘와도 맥이 닿아있다. 핀란드로 이주해 온 여주인공 사치에는 조그마한 동네 일식당을 운영한다. 초기에 아무도 찾지 않는다. 이어 핀란드로 여행 온 미도리가 우연히 사치에에게 노래를 알려준 계기로 식당도우미로 일한다.
남편 가출로 술주정뱅이가 된 핀란드 여성이 식당을 찾아와 남편에 대한 증오(저주)의 방법을 묻고,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를 찌르는 주술을 알려준다. 평화로운 핀란드이지만 이곳 역시 인생사 희로애락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술 사고로 넘어지고 식당 여성들 배려로 다시 평상심을 찾은 그녀에게 집 나간 남편이 돌아왔다는 행복한 일상을 되찾는 장면도 나온다.
세 번째 주인공인 엄숙한 마사코가 카모네 식당을 우연히 찾아온다. 헬싱키 공항에서 짐을 찾지 못한 그녀는 카모메 식당을 찾았다. 사치에와 미도리에게 친근감을 느낀 그녀는 매일 식당을 찾아 커피를 마신다. 그녀가 핀란드에 여행 오게 된 배경은 우연히 TV 방송에서 평화로운 핀란드 사람들에게 큰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쓸데없이 얽매이지 않고 평화롭게 사는 모습에 반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여기 사람들은 왜 그렇게 여유롭게 보이는가요”라고 질문을 던진다. 식당 첫 손님이었던 토미가 이를 듣고 “숲에 있어요”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그녀는 곧장 “숲에 다녀올게요”라면서 핀란드 숲으로 향했다. 울창한 숲에서 그녀는 버섯을 따고 시원한 공기를 마시면서 쭉 뻗은 나무들 하늘 위로 즐긴다.
다음날 식당을 찾은 마사코 표정은 확 달라져 밝은 미소를 짓고 있다. 식당 사람들은 “그녀가 뭔가 해답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여행 가방을 항공사로부터 찾았고, 이를 열었을 때 버섯으로 가득 차 있었다. 행복이 가득한 은유라고 볼 수 있다. 또 해변 길거리에서 만난 핀란드 남자로부터 고양이를 선물 받는다. 그녀는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고 헬싱키에 머물게 되고 카모메는 성황을 이룬다. 손님들도 여행객들도 주인도 모두 행복한 모습으로 영화는 해피엔딩을 장식한다. 일본 여성들이 각자 사연을 안고 일상에 지쳐 핀란드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몸으로 체험하는 독서가 아닌가! 또한 숲과 인간 내면의 평화를 말하고 있다. 숲과 힐링, 히로애락과 식당, 그리고 증오보다는 이웃에 대한 배려, 여유와 평화가 행복을 가져온다는 시놉시스를 잘 그려낸 것이다.
영화감독이 핀란드로 로케이션을 선택한 배경은 2가지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하나는 핀란드가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핀란드가 숲 최강국이기 때문이다.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 네트워크(SDSN)는 2024년 UN 행복의 날에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했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지난 6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핀란드다. 국가에 대한 만족도가 어느 나라보다 높다. 국가와 사회가 국민을 잘 케어한다고 볼 수 있다. 핀란드 심리학자 프랭크 마텔라는 핀란드에서 행복의 원천을 4가지에서 찾고 있다. 겸손, 함께 행복하기, 이웃의 행복을 질시하지 않고 찾기, 그리고 ‘멜리오리즘’, ‘개선주의’로 어떤 최악의 상황도 극복할 수 있다는 정신이다. 이 같은 정신으로 핀란드는 러시아 및 독일 나치 히틀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최고 행복을 구가하는 나라가 되었다.
또한 핀란드는 숲 최강국으로 국토 75%가 숲이고 자작나무가 중심이다. 핀란드 전체 수출품 14%가 목재에서 나온다. 국토 63%가 숲인 우리는 목재자급률이 17% 수준에 그치고 있을 정도로 산림경제가 취약하다. 산은 많으나 경제적 가치가 낮은 것이다. 우리 신문용지도 핀란드에서 수입하고 있다. 또한 핀란드는 최고의 고성능 임업기계와 장비들을 생산 수출한다. 나무를 자동 기계로 베는 하베스트와 옮기는 포워드 등 임업장비에서 최고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고, 이를 독일 등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하베스트는 아름들이 나무들을 밑동에서 베어 올려 일정한 토막 크기로 잘라서 적재하는 기술력을 보이고 있다.
일본 역시 임업 강국에 속한다. 국토의 70%가 산림으로 삼나무가 주를 이룬다. 목재자급률이 우리 2배인 40%에 이른다. 또한 2030년까지 자국 원목 생산량을 대폭 증가시키는 목표를 세워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파리조약으로 정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산림재해 방지, 사유림 경영 활성화 등을 위한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해 2024년 국세로 산림환경세를 도입했다. 이미 지자체 차원에서 2018년 12월부터 이 같은 지방세를 도입했다. 올해 1인당 연간 1000엔(1만원) 산림환경세를 징수해 약 600억엔을 거두어 들였다. 이미 2019년부터 산림환경양여세가 시행되어 지자체에 배분하고 있고, 총 금액이 총 600억엔이 될 정도로 큰 금액이다. 이는 아베 정부가 내건 국가부흥 프로젝트 중 하나인 ‘지방창생’과 직접 연관이 있다.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도입한 조세로 고향사랑납세제도 운용하고 있다. 이를 응용해 우리도 지난해부터 고향사랑기부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일본의 고향사랑조세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전북대 강학모 교수 등 임업전문가들은 “우리도 탄소흡수원이자 다양한 공익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산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안정적인 재원확보 차원에서 일본의 국세인 산림환경세와 같은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숲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1년 공익적 가치는 259조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개인당 연간 500만원 가치가 있다.
미국(캐츠킬 유역관리 프로그램)과 코스타리카(생태계 서비스지불제) 등에서도 유사한 산림조세를 도입해 숲가꾸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독일 등 유럽에서는 산주들에게 탄소중립과 경관 및 힐링에 기여하기 때문에 재정적 인센티브인 숲생태 서비스지불제(직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 독일, 미국 등 선진국이자 숲강국들은 ‘숲사랑금’ 제도를 도입해 적극적인 숲가꾸기를 하고 있다. 숲가꾸기를 통해 나무들 탄소흡수가 최대 3.5배나 늘어나고, 물 머금기도 강화되고, 공기정화 및 경관이 좋아지고 최고 힐링장소가 된다는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의 발표도 있다.
유엔 산하 SDSN이 지난해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전 세계 137개국 중 57위에 위치했다. 행복 중진국에 해당된다.
우리 경제는 10대 강국이고 아시아 최고 민주주의 국가라고 자랑하지만 우리는 왜 행복하지 못할까!
그 이유는 ‘극한 무한경쟁과 사회적 불평등에서 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핀란드 1인당 국민소득(GNI)이 5만5000달러 우리 거의 2배에 이르지만 고급 외제차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검소하다. 반면에 우리(인구 5100만명)는 독일(8300만명)보다 더 많은 독일고급차가 팔린다는 뉴스가 해외 언론에 토픽으로 보도될 정도로 허세가 강하다. 이 같은 허세는 가짜뉴스가 쉽게 먹히고 정치 포퓰리즘의 온실이 되고 있다.
우리 정치만큼 분노와 증오가 판치는 나라도 드물다. 지난해 ‘계엄’과 ‘탄핵’ 등으로 더욱 분노와 증오의 화신이 난무한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에 ‘국민이 없고’, 더불어민주당에 ‘더불어 공동체 정신과 민주 가치가 찾기 힘들다’는 조롱이 거세다. 좋은 정치 리더십이 없다는 지적이다. 독일철학자 막스 베버는 “정치권력은 악마적 힘과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력의 칼이 남을 찌르고,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김종인 박사(민주당과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는 정치인들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로 <소명으로서 정치>를 제시했다. 필자는 정치인들에게 숲을 꼭 찾아 명상과 힐링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숲 전문가들은 “큰 나무와 작은 나무, 소나무와 낙엽송 등 다양한 숲생태계가 건강”하다고 설명한다. 민주주의 역시 다양성과 차이의 인정에 기반하고 있다. 영화처럼 숲에서 마음의 평화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생태계를 성찰하라는 명령이다. 숲에서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나면 이웃과 공동체에 그런 실천을 할 수 있고 더불어 당연히 숲사랑금도 제정할 수 있다. 본인과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서다.
 
김택환 작가
국가비전전략가와 독일전문가·산림청 자문위원으로 활동. <넥스트 코리아> 등 넥스트 시리즈 8권을 포함 20여권 이상 집필한 작가다. 독일 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지자체·상공회의소·삼성전자 등 350회 이상 특강한 유명강사로 미래전환정책연구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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