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과 대외 금융 환경의 불안정성이 맞물리며 투자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대기성 자금은 주식·가상자산 등으로 투자 심리가 쏠리며 감소 추세를 보였지만 최근 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632조72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23조8393억원 증가한 수치다. 요구불예금은 금리 0.1% 수준인 예금이다.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거나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때 잔액이 늘어난다.
투자 대기성 자금 증가는 금리 인하와 시장 불안 상황 등과 맞닿아 있다. 특히 현재 탄핵 정국 등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수습 방안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려는 투자자가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5대 은행 MMDA를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다음 날인 4일 하루 만에 8조535억원 증가한 바 있다.
다만 점차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대기성 자금은 줄어들 전망이다. 실제 지난달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요구불예금은 2조5449억원 줄어들었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과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인기가 뜨거운 만큼 요구불예금 자금이 미국 주식과 가상자산 쪽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탄핵 정국으로 12월 한 달간 요구불예금 잔액이 계속 요동쳤다"며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는 등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고 있기 때문에 1월 이후에는 리스크 요인이 제거될 때를 기다렸던 투자자들이 다른 투자처를 찾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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