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뱀의 해'...HBM·자율주행·이차전지 혁신 이끌 CEO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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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5-01-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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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이석희 SK온 사장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 이영준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 대표 사장
(왼쪽부터)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이석희 SK온 사장,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 이영준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 대표 사장. [사진=아주경제DB]

2025년 '을사년'에는 영민한 지혜와 무한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뱀띠' 최고경영자(CEO)들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된다. 재계는 트럼프 2기 출범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험난한 파고 속에서도 AI(인공지능) 시대에 맞춰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엄중한 상황에 놓여있다. 국가적인 리더십 부재 속에서도 산업 혁신을 이끌어야 할 CEO들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지 관심이 쏠린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그룹에서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 이석희 SK온 사장이 대표적인 뱀띠 CEO로 꼽힌다. 모두 1965년생 동갑내기로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SK그룹의 미래 사업군을 책임지고 있다. 곽 사장은 삼성전자와 첨단 반도체 경쟁에서 SK하이닉스 승리를 이끈 'HBM(고대역폭메모리) 성공 신화' 주역으로 꼽힌다. 1994년 SK하이닉스 전신인 현대전자에 입사해 30년간 근무하고 있는 정통 SK맨으로 올해는 R&D 역량을 더 강화한다. 그는 상반기 업계 최초로 HBM3E 16단 샘플을 공급하고 하반기에는 HBM4 12단을 출시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AI 리더십' 강화 최전방에 선 만큼 HBM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점쳐진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올해 배터리 기술 안정화와 함께 흑자전환에 총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전자, 인텔 출신인 이 사장 역시 기술전문가로 2018년 SK하이닉스에서 CEO를 지낸 뒤 지난해 SK온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SK온은 전기차 시장 성장 등에 힘입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2021년 출범후 누적 적자만 2조6000억원에 육박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이 사장은 배터리 기술력 강화와 함께 생산 안정화, 북미 사업 확장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는 최근 "전동화의 핵심은 배터리 성능 개선"이라며 "배터리 산업은 기술 기반 제조업인 만큼 R&D(연구·개발)에 더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뱀띠 CEO는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과 첫 외국인 CEO로 발탁된 호세 무뇨스 사장이다. 이 사장은 서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현대차·기아의 구매전략실장, 구매1사업부장, 구매본부장 등을 거친 공급망 관리 전문가다. 올해 수출환경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구매 및 공급망 체계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2033년까지 핵심부품 매출에서 글로벌 완성차 비중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올해 첫 공식 행보는 'CES 2025'다. 현장에서 글로벌 고객사들을 만나 자율주행, SDV와 관련된 현대모비스의 최신 기술을 알리는 1호 영업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호세 무뇨스 사장 역시 트럼프 2기 시대에 맞서 현대차의 글로벌 대응 역량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영준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 대표 사장의 활약도 기대된다. 롯데캐미칼은 2조원 규모의 회사채 조기 상환 위기를 넘겼지만 아직 체질개선은 끝나지 않았다. 이 사장은 올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부가제품 중심으로 강화하는 한편 주요 거래선 확대, 비핵심사업 매각 등 재무개선에도 힘써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뱀은 예로부터 지혜와 재물을 상징하며, 성장을 위해 끊임 없이 허물을 벗는 영민한 동물로 알려졌다"면서 "주요 수출 산업을 이끄는 뱀띠 CEO들의 활약이 한국 경제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고, 혁신의 계기를 만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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