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기차 수요 둔화로 실적 부진을 겪은 국내 배터리 업계는 올해도 회복이 더디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급성장이 국내 시장에 큰 압박을 가하며,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혁신적인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전고체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등 미래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하고 주행거리를 늘리며 안전성을 크게 강화할 가능성이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첫 프로토타입을 제작했고, 양산 목표 시점을 SK온(2029년)과 LG에너지솔루션(2030년)보다 앞당겼다. 업계는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성공하면, 배터리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분자계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동시에 연구 중이다. 2026년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고, 2030년까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출시할 계획이다.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는 값싼 원료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서도 성능과 안전성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SK온은 2028년까지 고분자-산화물 복합계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하고, 2029년에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생산할 목표다.
리튬황 배터리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KAIST 김희탁 교수팀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해 도심항공모빌리티(UAM)용 리튬황 배터리의 성능 저하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60% 이상 향상된 400Wh/kg급 배터리를 개발했다. 이 배터리는 UAM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약진과 주요 시장의 정책 변화는 큰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며 “신기술 개발과 시장 다변화가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10월, 국내 3대 배터리사의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은 20.2%로 전년 동기 대비 3.5%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중국의 CATL과 BYD는 같은 기간 점유율을 39.7%에서 53.6%로 대폭 확대했다.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가 국내 배터리 업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는 지난해 기술력 강화를 위해 임원 인사에서 '기술통'을 전면 배치하기도 했다. 승진자는 총 28명으로 전년 대비 42% 감소했으며, SK온은 2명 모두 엔지니어 출신으로 승진시켰다. 삼성SDI는 엔지니어 출신 최주선 사장을 내정하고, 부사장 2명도 기술 전문가로 채웠다. LG에너지솔루션은 김동명 사장의 유임을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정책 변화와 시장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 업계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선 차세대 배터리 기술 중심으로 전략을 재조정하고, 정책 변화에 맞춰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