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사령탑에 ‘영업통’이 전면 배치되면서 리딩뱅크를 차지하려는 영업 경쟁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순이익을 올리기 위해 나서는 한편 지난해 크게 지적받은 내부통제를 강화해 조직 쇄신에도 앞장선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5대 은행은 리딩뱅크를 점하기 위한 영업 부문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연임에 성공한 정상혁 신한은행장을 포함해 5대 은행장 모두 영업통이기 때문이다. 국내외 금융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며 신임 행장은 모두 영업 현장에 대해 두루 경험이 많은 ‘현장형 인물’이 배치됐다.
이환주 신임 KB국민은행장은 재무와 전략, 영업 등을 거친 영업 전문가다. KB국민은행 지점장에 이어 영업기획부장, 개인고객그룹 전무·부행장, KB금융지주 재무총괄(CFO) 등을 역임했다. 이호성 신임 하나은행장과 정진완 신임 우리은행장도 영업 경력이 각각 약 33년, 26년에 이른다. 강태영 신임 NH농협은행장도 기획력은 물론 영업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유일하게 연임한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2008년부터 11년간 영업점장으로 근무한 대표적인 영업통이다.
이들은 올해 영업 경쟁력 제고로 리딩뱅크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5대 행장에 영업통을 전면 배치한 이유다. 이미 레드오션이 된 국내보단 성장 가능성이 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이날 발표한 신년사에서 “국내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 정교함과 효율성 모두 가져갈 수 있도록 글로벌 관리 체계를 정비했다”고 말했다. 또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혼란스러운 글로벌 시장에서도 지역별·국가별로 맞춤형 전략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지난해 리딩뱅크는 신한은행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3조1028억원으로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3조원을 넘었다. 다만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여파가 컸던 점을 고려하면 KB국민은행에 뺏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분기 가장 많은 홍콩 H지수 ELS 충당부채(8620억원)를 반영하며 순이익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는 리딩뱅크를 꿰차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수 있다.
올해 실적 향상과 동시에 내부통제도 강화한다. 행장들은 신년사에서 고객 신뢰를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금융상품을 파는 은행을 넘어 고객과 사회에 신뢰를 파는 은행이 돼야 한다”며 “신뢰받지 못하는 KB는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에게 부당대출을 내준 혐의를 받는 우리은행은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신뢰받는 우리금융’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그룹 목표 전면에 내세웠다. 무엇보다 윤리적 기업문화를 올바르게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 환경에 불안정성이 큰 상황에서 현장을 잘 아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며 “그만큼 올해 은행권에선 리스크 관리를 기반으로 한 실적 향상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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