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올해 지방에 한해 가계대출을 완화할 방침이지만 정작 지역에 거점을 둔 지방은행은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할 전망이다.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시중은행, 금리경쟁력이 있는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입지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올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대출 정책을 이원화하면 지방의 대출 공급액이 작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0일 '건설업계 및 부동산 전문가 간담회'에서 "2025년 초부터는 가계대출 실수요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수도권 급등 지역보다 지방에 더 대출이 공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미 지난해 9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하면서 스트레스 금리를 수도권에 더 높게 주는 식으로 지역별 대출한도에 차등을 두고 있다.
지방의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것이지만 지방은행의 표정이 밝진 않다. 작년 '대출 갈아타기' 시행 이후 대형은행과 인터넷은행의 적극적 대출 영업으로 자사 고객들이 이탈한 속 쓰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5대 지방은행(부산·경남·iM·전북·광주)의 작년 1~3분기 누적 가계대출 증가액은 1조58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4조568억원) 대비 4분의 1 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반면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38조5577억원 늘었다.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도 가계대출이 10조원 이상 증가했다.
시중은행은 가계대출 총량이 새로 설정되는 새해부터 지방 대출 시장을 잡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란 분석이다. 전국 영업망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대출 여력만 있으면 언제든 공격적 대출 영업을 전개할 수 있다. 인터넷은행도 올해는 건전성 우려가 높은 개인사업자대출보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가계대출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금융당국이 가계대출과 관련한 구체적인 안을 내놓은 것이 아니어서 각 은행이 어떤 영업 전략을 세울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사이에서 지방은행이 체질 개선을 미루면 더이상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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