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 증시가 다른 아시아 시장 대비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미 증시가 저평가된 데다, 부양책이 발표되면 투자 심리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현지시간) 투자 전략가와 펀드 매니저 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중국 증시가 다른 아시아 증시보다 나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증시가 경기 침체 우려로 아직 저평가 구간에 머무르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부정적 요인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며, 작년 하반기 부양책으로 인한 반등에도 불구하고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은 여전히 낮다고 평가했다.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지수는 작년에 15% 가까이 상승하며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상승세를 기록했다. 증시 상승은 대부분 4분기에 이뤄졌는데, 3분기 성장률이 4.6%에 그치며 연간 성장률 목표 ‘5% 안팎’ 달성에 빨간불이 켜지자 당국이 부양책을 잇달아 내놓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올해 통화정책을 14년 만에 완화 기조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대대적인 경기 부양을 예고한 상태다. 구체적 부양책은 오는 3월 5일 열리는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와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시장은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를 작년과 같이 ‘5% 안팎’으로 과감하게 설정하고,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재정 적자율 목표는 작년 3%에서 4%로 상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응신야오 애버딘아시아 주식투자책임자는 “투자자들이 경기 부양에 대한 정부의 약속을 과소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잠재적 (증시) 상승 여력이 있다”고 짚었다.
특히 ‘트럼프 관세’로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을 수출이 아닌 내수로 밀고 나갈 예정인 만큼 소비주가 힘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내수 진작’을 올해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경기 침체 우려로 소비가 둔화되긴 했으나 수요 역시 아직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해외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보조금 정책이 3분기 가전, 자동차 등의 소비 진작을 이끌었고 이는 여전히 소비 수요가 존재한다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미·중 기술 전쟁 격화로 중국의 ‘기술 자립’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전문가들은 일부 기술주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 대표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사 한우지(寒武紀, 캠브리콘) 주가는 작년에만 380% 넘게 폭등했다. 씨티그룹은 “(중국 반도체 현지화가) 2025년에 상당한 진전을 보일 수 있다”면서 “엔비디아 시장 점유율은 2024년 80% 이상에서 50~60%로 하락하고, 화웨이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며 캠브리콘이 그 뒤를 이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 우려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캐나다왕립은행(RBC) 산하 자산운용회사인 RBC 웰스매니지먼트의 자스민 두안 수석 투자 전략가는 “관세는 현재 아시아 주식의 가장 큰 위협이다. 그리고 관세는 일반적으로 손실을 의미한다”면서 “아시아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하기 전에 관세 문제가 좀 더 분명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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