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민항기 시장이 보잉과 에어버스의 양강 체제로 편성되어 있는 가운데 중국이 그 틈을 파고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2006년부터 국영 항공기업체인 중국상용항공기유한책임공사(COMAC, 코맥) 중심으로 자체 생산 항공기 C919 개발에 집중 투자해왔다. 그 결과 C919는 2022년 9월 중국 항공 당국으로부터 상용 비행을 위한 최종 절차인 감항 인증(항공기의 안전 비행 성능 인증)을 받은 후 작년 5월 처음 중국 내 노선에 투입됐고, 현재는 중국 3대 항공사(동방항공, 남방항공, 국제항공)가 중국 국내선 운행에 사용하고 있다.
나아가 이달부터는 중국동방항공이 홍콩-상하이 노선에 C919를 투입하면서 중국 본토 외 첫 정규 노선을 운항할 계획이다. 코맥은 앞서 지난 10월에 싱가포르와 홍콩에 첫 해외 지사를 설립하면서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C919기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기술 굴기(드라이브)' 정책 중 하나로, 최종 목표는 현재 보잉과 에어버스가 차지하고 있는 세계 민항기 시장을 재편하는 것이다. 최근 보잉은 품질 및 안전성 문제, 에어버스는 엔진 및 부품 공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현재 세계 민항기 시장은 중국과 같은 신규 진입업체들에게 희망의 빛을 제시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실제로 작년에 에어버스는 앞으로 20년간 총 4만2430대의 신규 민항기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는데, 그 중 80%는 C919와 같은 협동체(단일복도항공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항공컨설팅업체 IBA는 현재 1달에 1대 수준이 C919의 인도량이 2040년에는 1달에 11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그 때까지 C919 누적 인도량은 2000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매체 왕이(网易)는 지난 달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보잉 737-800기 사고 이후 "보잉 항공기 대체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중국이 하루빨리 ‘항공기 자립’을 이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코맥은 C919뿐만 아니라 첫 광동체(내부 복도가 2개인 항공기)인 C929기도 개발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출용 항공기 제작을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시설이 필요하다며 당분간은 민항기 시장에서 보잉과 에어버스의 양강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일부 아시아 항공사들 역시 C919에 관심을 표명했지만 미국과 중국의 대립 구도 속에 정비 및 해외 운항 승인 등의 문제로 구매를 주저하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C919의 경우, 엔진을 비롯해 주요 부품이 모두 서방제이기 때문에 만일 서방 국가들이 수출 통제 등 제재를 가한다면 중국의 항공기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이 세계 민항기 시장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서는 부품 국내화가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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