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3)씨가 미국으로 송환된 후 처음으로 뉴욕 연방법원에 법정출석한 가운데 사기 등 각종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2일(현지시간) AP·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권씨는 이날 맨해튼 소재 뉴욕 남부 연방법원의 치안판사 로버트 러버거 앞에서 자신의 변호사 앤드루 체슬리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권씨가 몬테네그로에서 미국으로 인도된 후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권씨는 이날 법정에서 자신이 영어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외의 발언은 하지 않았다. 권씨는 보석 없이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는 데 동의했으며, 심리 후 브루클린의 연방구치소에 수감됐다.
앞서 2023년 3월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권씨를 체포한 몬테네그로는 지난달 31일 권씨의 신병을 미국으로 인도했다. 한국 정부도 권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으며 권씨도 미국보다 처벌이 약한 한국행을 희망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지난 2022년 '테라·루나' 폭락사태를 계기로 권씨를 기소했다. 권씨가 설립한 테라폼랩스는 2019년 초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법정 화폐에 가치를 고정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화폐)인 ‘테라’와 보조 코인인 ‘루나’를 개발했다. 그러나 2022년 5월부터 테라와 루나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이 50조원 이상의 투자 손실을 봤다.
검찰은 이날 제출한 공소장에서 “테라의 성장은 대부분 권씨의 뻔뻔한 기만 행위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날 공소장에서 권씨에 대해 자금세탁 공모 혐의도 추가했다. 이로써 권씨는 증권사기·시세조작·사기공모 등 총 9개 혐의를 받게 됐다.
권씨는 형사재판과 별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이미 패소했다. 권씨 측은 당시 투자자들을 기만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테라폼랩스의 가상화폐 상품 및 그 작동 방식에 진실성을 가졌다고 항변했다. 권씨는 이후 SEC와 44억7000만 달러(약 6조5000억원) 규모의 환수금 및 벌금 납부에 합의지만 그의 회사는 이후 파산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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