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혜의 C] 각각의 마음속 소리를 무대 위 대사로…"우리는 모두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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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5-0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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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의 극단 통합공연 '다시 만나는 세상'

  • 아동·청소년부터 중년·노인 장애인 등 100여명·총 5팀 참여

  • 사라진 새싹을 찾아 떠나는 '바람들'의 여정을 옴니버스로

  • 실제 참여자들이 살아온 이야기 예술가로서 주체적으로 전달

  • 서로 공감하고 연대하는 시간 새 꿈에 도전할 수 있는 힘 얻어

꿈의 극단 통합공연에 참여한 고등학생들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꿈의 극단 통합공연에 참여한 고등학생들.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작년에 중3이었는데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던 것 같아요. 이번 무대 경험을 통해 더 유하고 외향적으로 변했어요.”(유민우군·고등학교 1학년·경기도 성남 거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은 지난해 12월 20일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2024 꿈의 극단 통합공연 ‘다시 만나는 세상’을 선보였다.
 
이 무대에서 유민우군을 포함한 고등학생 16명은 새싹을 찾아 여정을 떠나는 ‘바람들’을 연기했다. ‘바람들’은 ‘나이테’와 함께 사라진 ‘새싹’을 찾는 과정에서 ‘봉오리’ ‘옹이’ ‘꽃잎’을 만났다.
 
‘다시 만나는 세상’은 다양한 지역, 연령,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특별한 연극 프로젝트였다. 총 5개 연극팀에서 단원 1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통상적인 전문 연극배우는 아니다.

‘새싹’은 경기 양평 풀씨배움터 지역아동센터 초등학생 15명, ‘봉오리’와 ‘바람’은 성남 지역 청소년 연극팀 중·고등학생 40명이 연기했다. 또 ‘옹이’는 전북 완주 아리아리의 정신장애인 20명이, ‘꽃잎’과 ‘나이테’는 전남 목포 아라리 풍물패의 중년 15명과 경기 의정부 마을극단 능소화의 시니어 15명이 각각 맡았다.
 
서로 다른 나이와 배경을 가진 100여 명은 무대에서 각자의 이야기가 하나로 녹아든 연극을 펼쳤다.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들부터 노인까지 전 생애 주기 연령대를 아우르는 단원들은 사라진 새싹을 찾기 위해 떠난 바람들의 여정을 옴니버스 형식 연극으로 선보였다.
 
유민우군은 이번 무대에 오른 후 꿈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극단 수업에 참여하면서 함께한 사람들이 너무나 좋아졌어요. 원래 전업 유튜버가 꿈이었는데 꿈의 극단 참여를 계기로 연극배우가 되고 싶어졌어요.”
 
유군은 “기회가 된다면 꿈의 극단에 또 참여하고 싶다”며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습하는 과정이 뿌듯했다. 무대에서는 약속이 있다. 서로 합을 맞추고, 상대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며 "중간 워크숍 때 다른 지역 단원들의 연기를 보고, 리허설했던 경험도 잊지 못할 것 같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꿈의 극단 통합공연에 참여한 초등학생들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꿈의 극단 통합공연에 참여한 초등학생들.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아동부터 노인까지···"각자 이야기 녹여낸 무대"
교육진흥원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국 아동·청소년이 연극, 뮤지컬, 오페라, 창극 등 연극 예술 장르를 폭넓게 경험할 수 있도록 지난해 ‘꿈의 극단’을 시범사업으로 운영했다. 2010년부터 시작한 ‘꿈의 오케스트라’와 2022년부터 시작한 ‘꿈의 무용단’에 이어 ‘꿈의 극단’을 새롭게 출범해 예술 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꿈의 극단에 소속된 각 연극팀은 지난달 20일 이뤄진 단 한 차례 공연을 위해서 7월부터 6개월간 연극 교육을 받았다. 10월에는 중간점검 합동 워크숍을 통해 단체 연습을 하며 합을 맞췄다. 창작집단(단디), 모던테이블(현대무용) 등 공연예술 전문가들도 통합공연에 함께 참여했다. 교육진흥원 관계자는 “꿈의 극단의 첫 통합공연을 전문공연장인 서강대 메리홀에서 선보이기 위해 단원들이 6개월간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특히 2024 꿈의 극단 통합공연 ‘다시 만나는 세상’에는 단원들 각각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지난해 10월 용인대에서 중간워크숍을 진행하고, 참여자 간에 소통과 공감의 시간을 가진 결과다.
 
김종석 총연출 겸 용인대 연극학과 교수는 “용인대에서 진행한 중간 워크숍에서 그동안 준비한 것들, 교육 과정 등을 얘기한 후 공연안을 만들었다”며 “각 수업 등을 워크숍에서 발표하고 공감하고, 영향받으면서 그때부터 작품을 새롭게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야기는 단원들의 삶의 고백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모든 대사는 참여자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단원들이 마음의 소리를 발견한 것들을 그대로 작품에 사용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이 단원들의 경험을 공연에 맞게 잘 풀어냈다. 13번째 새싹 역할을 맡은 초등학생 김민성군은 “배우일지 뒤에 힘들었던 경험 등을 하나하나 썼다”며 “책임연출과 협력 강사 선생님들이 이를 보고 대사로 만들어줬다”고 했다. 일부 고민은 대사로 바뀌었고, 일부 고민은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에 자막으로 투사됐다.
꿈의 극단 통합공연에 참여한 아라리 풍물패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꿈의 극단 통합공연에 참여한 아라리 풍물패.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1950년생인 백형주씨는 엔지니어로 활동했다. 지금은 퇴직 후 의정부 버들개마을모임에서 연극활동을 하며 시민 연극 교실에 참여하는 등 예술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백씨는 “이전 공연에서는 작가가 정한 대본을 연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꿈의 극단 공연에서는 새롭게 자기 삶을 담아낸 점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시니어 단원들이 유년시절 혹은 지나간 시간을 회상하거나 기억에 남는 것들을 말하면 연출이 받아적었고, 그것을 토대로 대본을 만들었다”며 “대본에는 단원들의 경험이 들어가 있다. 나는 시를 제출했고, 이를 다른 단원이 낭독했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모두 예술가”
 
꿈의 극단 통합공연에 참여한 정신장애인 문화공동체 아리아리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꿈의 극단 통합공연에 참여한 정신장애인 문화공동체 아리아리.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꿈의 극단에는 선언문이 있다. 선언문은 '우리는 모두 예술가이며, 예술적 표현의 권리가 있다'로 시작된다.
 
이와 관련해 교육총괄 및 미술감독을 맡은 이유정 더 연 대표는 공연의 주체는 참여자들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와 김 총연출, 작가, 문학감독 등은 꿈의 극단에 참여하는 지역 전체를 함께 다니며 단원들과 만난 끝에 ‘다시 만나는 세상’을 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유정 대표는 “전문예술가들이 여러 가지를 기술적으로 받침을 해주거나 도울 수 있지만, 실제 이야기는 참여자들에게서 나온 이야기로 공연을 만들었다"며 "이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예술가는 참여자들"이라고 말했다. 
 
김 총연출은 단원들과 마음속 얘기를 나누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목포에서 50대 중년들이 인생 처음으로 속내 얘기를 꺼내면서 눈물을 보였어요. 함께하는 술자리가 만들어져 새벽 3시까지 세발낙지, 민어회 등 술상을 차리고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며 엉엉 울었습니다. 한 분은 세월호 상처로 인해 단 한 번도 잠을 푹 잔 적이 없었는데 그날 이후 잘 잤다고 하셨어요. 그분들을 통해 선한 영향을 받았던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김종석 연출가 이유정 대표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김종석 연출가, 이유정 대표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꿈의 극단 선언문은 총 6개로 이뤄져 있다. △우리는 모두 예술가이며 예술적 표현의 권리가 있다 △우리는 연극 안의 모든 새로운 활동에 용기 있게 도전한다 △우리는 지역, 성별, 나이, 장애, 빈부의 격차 없이 서로 존중하며 연극 활동에 참여한다 △우리는 모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연극 공동체에서 서로에게 배우고 성장한다 등이다.
 
이 대표는 이 가운데 ‘우리는 모두 예술가다’라는 선언에 집중했다. 그는 “우리가 그들을 가르쳐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며 "내용을 전달하는 소통의 장을 우리가 만들면 참여자들이 예술가로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던지는 순간. 그 순간의 공연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사람들이 자기 마음을 정리하는 방식과 유사하다”며 “스스로 발견하고 정리하면서 새롭게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이 공연에 잘 드러난다. 예술이란 안전한 도구로 서로에게 소통과 공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들도 할아버지를 우리와 같이 한 장소에 있는 이들로 받아들였다”며 “소통의 장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꿈의 극단 통합공연에 참여한 고등학생들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꿈의 극단 통합공연에 참여한 고등학생들.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김 총연출은 제목 ‘다시 만나는 세상’에는 연대와 공감이 담겨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스스로 소중한 꿈을 다시 발견하고 싹을 찾았을 때, 연대하고 공감하고 도전할 때 본 세상은 새로운 세상이다. 일상에 있지만 발견하지 못한 것을 새롭게 발견하자는 의미에서 ‘다시 만나는 세상’이라고 제목을 붙였다”고 말했다. 
 
‘다시 만나는 세상’에서 바람들은 거센 폭풍우를 뚫고 들어가 마주한 ‘태풍의 눈’에서 씨앗을 틔울 준비를 하는 새싹들을 발견한다.

김 총연출은 말했다.
 
“결국 태풍의 원인은 바로 '내 안에 있는 그 싹'이었죠. 치유할 수 있는 것도 '나의 힘'이죠. 당신 마음속 새싹을 발견하세요.”
 
꿈의 극단 통합공연에 참여한 고등학생들
꿈의 극단 통합공연에 참여한 고등학생들.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24 꿈의 극단 통합공연 성료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2024 꿈의 극단 통합공연 성료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꿈의 극단 통합공연에 참여한 초등학생들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꿈의 극단 통합공연에 참여한 초등학생들.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꿈의 극단 통합공연을 준비하는 참여자들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꿈의 극단 통합공연을 준비하는 참여자들. [사진=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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