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에 이어 채권까지 팔자에 나선 가운데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 채권 시장 강세로 이어질지 여부에 전문가들 의견이 갈린다. 기관의 자금 집행에 '연초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와 통화·재정 당국의 기준금리 및 정부 예산 정책 변수로 약세 전환할 것이란 우려가 맞서고 있다.
5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국내 채권 금리는 지난달 27일부터 5거래일간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고채 3년물은 0.166%포인트 내린 연 2.482%, 국고채 10년물은 0.150%포인트 내린 2.754%다. AA-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도 0.160%포인트 내린 3.170%로 마감했다. 모두 계엄 사태로 금리가 급등한 지난달 4일보다 낮은 수준으로 돌아왔다.
기관 투자자들이 연말 회계장부 마감(북클로징)으로 줄였던 자금 집행을 재개하며 채권 시장에 자금이 유입돼 강세장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이러한 채권 시장 강세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경기 부진·저성장 우려에 대응해 한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국내 정치 불안이 일부 해소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회사채 등 크레디트 채권 시장에서는 뚜렷한 강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시장은 기관과 법인 자금 집행이 재개되는 연초 효과에 따른 강세를 예상한다"며 "작년말 최상목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2인 임명으로 정치 불확실성 완화 국면의 전기를 마련해 투자심리도 회복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연초 효과는 유효할 것"이라며 "탄핵 정국도 마무리될 것이고 트럼프 취임 후 예상보다 완화적인 규제 정책이 나올 수 있어 점차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반대 시각도 있다. 한은이 오는 1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해 연초 효과가 사라질 것이란 생각이다.
우혜영 LS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10월과 11월 연속 금리를 인하한 결정의 영향을 모니터링 해야 하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 가까이 상승하는 등 외환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이어서 1분기 중 속도감 있는 추가 금리 인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기준금리를 더 내려 원화 가치 하락을 감수하기에는 고환율 부담이 심각하기에, 추가 금리 인하가 시장의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025년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하는 방침을 내놓으며 발생한 대외 금리 상승 압력도 여전하다.
채권 매수 심리를 약화시킬 수 있는 다른 변수로 재정 당국의 정부 예산 조기 집행과 추경 편성 가능성도 있다. 추경으로 발행되는 국채가 시장에 공급되면서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을 1.8%로 발표한 기재부는 경기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상반기 정부·공공기관 예산을 역대 최고수준으로 집행하고 1분기 경기 상황을 보며 추가 경기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 추경 등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라며 "추경이 없다고 해도 2월 국채발행 계획에서 3년, 10년물 발행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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