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단기필마로 시작한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정치 역정이 을사년 꽃을 피울 것인가. 많은 호사가가 그 가능성을 점치는 가운데 탄핵 정국은 더욱 요동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조기 대선 가능성이 기정사실로 되고 대권 출마가 점쳐지는 후보들의 하마평도 무성하다.
원톱으로 부상하면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당내 대항마로 존재감이 높아진 김동연, 최근 새롭게 거론되는 우원식 국회의장 등 야권 내에만 5~6명에 이른다.
여권도 이미 출마의 뜻을 밝힌 홍준표 대구시장, 이준석 의원, 자천타천 유정복 인천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대표 등도 이미 대권가도에 들어선 형국이다. 하지만 국민 정서는 좀 묘하게 흐르는 모양새다. 이런 분위기는 거론되는 정치인들에 대한 호감도에 있어서 절대자가 없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현재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지지율 30%를 넘는 후보는 이재명 대표뿐이다. 여야 통틀어 나머지는 지지율에 있어서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대권을 꿈꾸는 후보자들의 고민은 여기서 비롯된다. 대통령 탄핵 상황에서도 절대 지지를 받는 후보가 없어서다.
그리고 중도 지지세 확장 여부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정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존 정치에 식상한 피로감이 누적된 탓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작금의 탄핵정국이 빚어진 데 대한 일말의 책임론에 기득권 정치도 포함된다는 분석도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현실 정치에 대한 혐오감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닥치고 정권교체, 무조건 정권 연장을 내세우는 거대 양당 체제와 보수 진보의 극명한 진영논리를 타파할 혁신적인 정치개혁 요구가 분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탄핵정국이 워낙 긴박하게 돌아가 아직 휴화산 상태지만 공론화는 시간문제라는 여론도 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꾸준히 정치판을 바꾸고 정치세력을 교체하자고 주창해 온 김동연 지사의 뉴웨이브(new wave)론 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 지사의 이런 신념과 철학은 4년 전 혈혈단신 대권에 도전하며 국민에게 한 약속이기도 하다.
그리고 탄핵 시국 속 국민 정서와 맥을 같이한다고 해서 확산세가 빠르다. 기득권 정치의 이전투구에서 비롯된 작금의 대한민국 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한몫하고 있다. 파탄 나고 있는 민생경제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국내경제를 일으킬 적임자로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탁월한 정치와 행정 능력을 발휘한 경제전문가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물론 새삼스럽게 어필되는 것은 아니다. 민선 8기 경기도지사로서 역대급 국내외 투자유치를 성사함으로써 이미 나라 경제 운용에 대한 능력을 인정받아 더 그렇다. 정치와 경제는 불가분의 관계다. 정치가 불안하면 경제는 망가질 수밖에 없다. 현 탄핵정국이 이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경제적으로 절체절명의 대한민국을 되살릴 실천 가능한 방안을 만드는 리더로서 적임자라는 평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지난해 국민에게 호감을 샀던 김 지사의 ‘위기의 리더십’도 계엄, 탄핵, 무안공항 참사로 이어지는 격동의 시간 속에 더욱 빛을 발해 위기관리 능력도 증명되고 있다. 국민들이 김 지사에게 기대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이라는 평이다.
김 지사가 대권에 출마한다고 해도 민주당 내 경선이라는 산을 넘어야 하지만, 시대가 요구한다면 변화는 상시 존재한다. 민주당이 안고 있는 사법 리스크도 그렇지만, 정치는 언제 어떻게 소용돌이칠지 모르는 ‘생물’이어서 더욱 그렇다.
김 지사는 정치 참여를 선언하며 "세상에는 어려운 길이지만 가야 할 길이 있다"며 "힘든 길인지 알지만 반드시 가야 할 옳은 길이 있다"고 한 바 있다. 아직 대권과 관련,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김 지사다. 해서 가슴에 품고 있는 ‘큰 뜻’과 상반된다는 지적도 있다. 아무튼 청사(靑蛇)에 의해 김 지사가 ‘대한민국을 바꾸겠다‘고 나서야 하는 선택의 시간은 운명처럼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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