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통상환경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해 아시아·아프리카·중동·중남미 등으로 통상 네트워크를 확산·고도화하면서 새로운 대외질서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칠레·중국·영국 등 주요국과 자유무역협정(FTA) 개선·후속 협상에 속도를 높이고 방글라데시·파키스탄·탄자니아·모로코 등과 신규 경제동반자협정(EPA)도 추진 중이다.
올해 한국 경제는 심상치 않다. 그나마 지난해 수출로 버텼지만 올해는 '트럼프 리스크'까지 예고되면서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서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60% 대중 관세 부과를 비롯해 전 세계를 상대로 10~20% 보편 관세를 공언해왔다. 한국 등 외국 기업의 대미 투자 인센티브도 축소될 공산이 크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현실화되면 직접적인 대미 수출은 물론 중간재 중심의 대중 수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가 올해 중국·미국 중심에서 탈피해 글로벌사우스, 신흥 시장 등의 수출 다변화 행보를 보이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출만 보면 중동은 기회의 땅이다. 산업통상자원부·관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으로의 수출액은 19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중동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시아·북미 등에 밀린다. 하지만 우리 수출이 부진할 때 상대적으로 '가뭄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최근 4년 연속 수출 플러스를 이어가고 있다.
더 고무적인 건 한국 산업의 미래 먹거래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점이다. 김준기 코트라 무역투자연구센터장은 "한국과 중동 경협, 현지 인프라 프로젝트 확대로 한국의 대중동 수출은 반도체·일반기계·철강 등 일부 품목에서 성장이 기대된다"며 "다만 석유화학 등 경쟁 심화 품목은 둔화 가능성이 있어 총수출은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남미의 경우 지난해 수출이 17.8% 증가해 미국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9대 수출 시장 중 가장 높은 수출 증가율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중남미 지역에서 확산하고 있는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흐름이 본격화되는 시점인 만큼 수혜가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니어쇼어링 수혜를 입기 위해 우리 기업들도 관련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경제는 4~5%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공급망 재편에 따른 대중앙아시아 수출 증가로 자동차부품, 자동차 등 품목들의 수출이 소폭 늘어날 것이라는 게 코트라의 진단이다.
물론 불안 요소도 존재한다. 중동의 경우 중동사태 장기화로 해상운임 인상, 원자재 가격 폭등 등 위험요인이 꼽히고 아프리카의 경우 대외환경 변화에 취약한 경제구조, 교통·물류·에너지 등 기본 인프라가 부족하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한 곳에 치우치면 리스크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아세안·동남아, 더 나아가 중남미·중동 등 지역의 수출 다변화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흥국별 수출 환경이 서로 다른 만큼 각국의 여건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수출을 촉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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