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잇단 '도발'에…中북극권 전략 수정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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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입력 2025-01-0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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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그린란드·파나마운하 합병 위해 군사력 사용 시사

  • "中 북극 접근권 확대 할 것...군사 주둔 계획 추진할 수도"

  • 러시아 對中 의존도 높아...中 북극권 영향력 확대에 유리

사진 AP 연합뉴스
[사진= AP·연합뉴스]

미·중 패권 전쟁이 북극권 국가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에 대한 야욕을 불태우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의 도발이 계속되면 중국이 러시아를 이용해 북극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개인 리조트 마러라고에서 기자들과 만나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 장악을 위해 군사력 또는 경제적 강압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보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두 사안 중 어떤 것에 대해서도 보증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경제적 안보를 위해 그것들이 필요하다는 점은 말할 수 있다”고 했다.

1기 행정부 시절부터 덴마크 정부를 향해 그린란드를 미국에 팔라며 인수 의욕을 보여왔던 트럼프는 지난달 주(駐)덴마크 미국 대사를 발표하면서 “미국의 안보와 전세계 자유를 위해서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소유해 통제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또다시 구입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파나마운하에 대해서도 사용료가 너무 비싸다고 불평하면서 파나마에 소유권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를 미국의 영향력 아래 둬야 한다는 발언을 이어온 트럼프가 이를 위한 군사력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의 거듭된 도발로 중국이 북극권 안보·개발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덴마크 국방정보국은 지난달 발표한 연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북극에 대한 접근권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접근권을 이용해 지역 내 역할을 강화하고 군사 주둔 계획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전쟁 이후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러시아가 중국을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중국이 북극권 항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파나마 운하는 북극권의 주요 항로로 러시아 북극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북동항로와 캐나다 북부 해안을 통과하는 북서항로로 나뉜다. 북극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으면서 새로운 항로가 열리고 있어 각국이 항로 개발에 눈독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전통적으로 북극 문제에 대해 비(非)북극권 국가들이 발언권을 갖는 것을 꺼려온 러시아는 중국에 (북극 항로에 대한) 더 많은 접근권을 부여하는 것을 주저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러시아가 점점 더 중국의 이익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북극 항로를 둘러싸고 서방과 중국·러시아 간 대립이 이어지면 당장 운임료 인상 등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호주 전략 정책 연구소의 엘리자베스 뷰캐넌 수석 연구원은 “그린란드에 대한 서방의 영향력이나 통제력이 커지면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이 북극 항로를 이용하려는 국가의 비용·편익 시나리오가 잠재적으로 바뀔 수 있다”며 "업계가 그린란드 영토에서 일종의 군비 경쟁이 임박했다고 판단할 경우 운송 보험료를 인상할 수 있는 게 예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의 그린란드·파나마운하 관련 발언이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트럼프는 이날도 “파나마 운하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중국이 이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이”라면서 “우리는 파나마 운하를 파나마에 준 것이지 중국에 준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도처에 중국 선박과 러시아 선박이 정박해 있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린란드 영유권에 대해서는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해 덴마크가 그것(그린란드)을 포기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우리는 그것을 매우 악랄한 외부 세계로부터 보호하고 소중히 다룰 것”이라고 했다. 이날 트럼프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그린란드를 방문하기도 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개인 관광차원의 방문이라고 했지만, 트럼프가 매입 의사를 노골화하는 가운데 이뤄져 정치적 함의가 작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편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날 덴마크 TV2 방송에 출연해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의 것”이라며 “그린란드는 판매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지난달 그린란드 매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시사한 뒤 프레데릭센 총리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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