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에 드리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그림자가 쉽게 걷히지 않고 있다. 정부가 각종 내수 진작책을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0%대 저물가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0.1% 상승했다고 9일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이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와 일치했지만, 전달 상승률 0.2%보다는 둔화됐다.
중국 월별 CPI 상승률은 작년 8월 0.6%를 기록한 뒤 9월 0.4%, 10월 0.3%, 11월 0.2%를 기록하는 등 상승 폭이 계속해서 둔화하고 있다.
식품 물가가 0.5%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 비식품 가격과 서비스 물가가 각각 0.2%, 0.5% 상승했고 소비재 물가는 0.2% 하락했다.
2024년 연간 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0.2% 상승했다. 이는 전문가 예측치 1.1% 상승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2.3% 하락하며 27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핀포인트 자산운용의 장즈웨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경제 지표가 안정세를 보였지만 아직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을 일으킬 만큼 모멘텀이 강하지 않다"며 "디플레이션 압력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0%대 저물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부양책 필요성은 더 커졌다. 에릭 주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경제학자는 "중국의 12월 물가 지표는 9월 말 이후 강화된 정책 지원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저성장 상태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해가 바뀌면서 추가 경기 부양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부족해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다시 떨어졌다. 정책 입안자들은 디플레이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부양책을 신속하게 내놓아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국내총샌산(GDP)디플레이터는 7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전했다. GDP디플레이터는 명목GDP를 실질GDP로 나눈 값으로 수출입 등까지 포괄하는 종합적 물가지수다. 앞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들도 메모에서 중국 GDP디플레이터가 2025년까지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렇게 되면 1960년대 초 이후 최장 기간 마이너스 기록이 되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전달 내수 진작을 위해 올해 이구환신(낡은 제품 새것으로 교체) 정책 보조금 규모 및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전기버스와 배터리 교체 보조금 지원액을 상향하고, 가전제품 지원 대상에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정보통신(IT) 기기 등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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