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참사를 마주한 정부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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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기자
입력 2025-01-0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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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제주항공 참사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202511 사진연합뉴스
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제주항공 참사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2025.1.1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179명이 목숨을 잃었다. 159명의 사상자를 낸 이태원 참사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우리 사회는 또다시 대형 참사라는 아픔을 마주하게 됐다. 참사가 발생한 공동체엔 상흔이 짙게 남는다. '우연히 살아남았다'라는 우울한 안도감, 내 가족에게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공동체를 휩쓴다. 그래서 상처를 치료할 책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리고 그 무게는 정부에 좀 더 하중이 실리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이번 참사에서 항공 안전을 총괄하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국토부는 사고 다음 날인 30일부터 참사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콘크리트 둔덕 위 로컬라이저(방위 각 시설)'가 지목되자 입장을 거듭 바꿨다. 처음에는 "다른 국내 공항에도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방위각 시설이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7차 브리핑)", "미국 LA 공항도, 남아프리카공화국 공항도 콘크리트를 활용해서 올린 사례가 있다(8차 브리핑)"를 언급하며 국내·외 공항에도 콘크리트를 활용한 로컬라이저 시설이 있으니 문제가 없다고 하더니, 이후에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주요 선진국 사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계획(11차 브리핑)"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정부의 태도에 비판 여론이 들끓자 국토부는 지난 7일 "규정 준수 여부를 떠나 안전을 보다 고려하는 방향으로 신속히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참사가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나서야 안전 미흡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반쪽' 인정에 그쳤다. 국토부는 안전에 미흡했단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규정 위반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게다가 국토부의 이 같은 결론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조사 중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부적절하다. 사조위는 국토위 산하에 설치된 위원회인데, 과연 사조위가 추후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규정 위반이 아니다'라는 국토부의 결론을 뒤집는 조사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까. 사실상 '아전인수' 격인 결론인 셈이다.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책임이 있는 주무 부처가 참사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산하 위원회에 마치 '지침'을 주듯 '규정 위반은 없다'는 결론을 낸 것이 과연 재발 방지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는 장관의 발언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179명의 장례식이 모두 마무리됐다고 한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국토부의 책임 있는 진상규명이 이뤄지길 바래본다. 책임있는 정부의 태도가 있어야만 하루 아침에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동료를 잃었을 모든 이들의 아픔이 조금이라도 치유되지 않을까.
 
건설부동산부 김슬기 기자
건설부동산부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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