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비아파트 월세거래량(보증부월세·반전세 등 포함) 비중은 69.5%로 5년 평균(52.5%)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아파트의 월세거래량 비중이 44.2%인 점을 고려하면 비아파트의 월세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월세 수요가 늘면서 수요자들의 부담은 계속 가중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연립·다세대(빌라)의 전·월세전환율은 6%로 전월 대비 0.1%포인트(p) 상승했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셋값이 월 임대료로 대체되는 비율로, 수치가 높아지면 월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단 뜻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빌라 월세가격지수도 103.5로 전월 대비 0.07%오르며 21개월 연속 상승했다. 서울 빌라의 월세가격지수도 작년 11월 기준 104.87로 2023년 2월 100.84를 기점으로 22개월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사기 여파로 비아파트의 자산 신뢰도가 크게 하락하면서 수요자들이 월세나 중저가 아파트 매매, 아파트 전세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월세화가 심화하는 것은 결국 주거비 부담 증가 등 주거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아파트 시장의 월세화로 인한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비아파트 주택 공급이 확대돼야 하지만 올해도 공급 위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고, 전세사기 여파와 대출 규제로 인해 비아파트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비아파트 공급 물량을 확보하고자 LH를 중심으로 지난해와 올해 2년간 신축매입임대주택 10만 가구 이상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매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전국 기준으로 총 3만8854가구를 매입해 목표인 5만가구에 77%를 달성했다. 작년 연초 계획인 2만7000가구를 1.4배가량 넘어선 규모지만 8·8 대책으로 물량이 2배가량 늘면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LH는 올해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조직과 인력을 보강하고 매입기준도 개선하기로 했다. 사업추진 시기도 작년 대비 2개월 앞당겨 지난 2일부터 공고를 시작했다.
그러나 매입 주택이 통상 준공까지 2년 정도가 소요돼 해당 물량이 시장에 공급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LH가 매입임대주택 공급량을 대폭 늘려도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주택 유형이 아니기 때문에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의 신축매입임대 사업이 실효성 있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물량과 함께 주택의 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주택 공급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10만 가구라는 숫자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임대주택의 질이 떨어져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며"며 "물량도 중요하지만 결국 수요자가 원하는 위치와 가격에 공급하고 수요를 진작할 수 있는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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