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증권사들이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활짝 웃었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투자자들이 대거 모여들어 더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미래에셋증권이 15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실시한 회사채 수요예측에 2조16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트랜치(만기)별로는 2년물 700억원 모집에 7900억원, 3년물 800억원 모집에 1조3700억원이 몰렸다.
제시된 금리는 개별 민평금리(채권 평가사들의 평균 평가 금리) 대비 ±30bp(1bp=0.01%포인트)로, 2년물은 -17bp, 3년물은 -22bp에 목표액을 채우면서 언더 발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번 수요예측에서 14배가 넘는 자금이 몰리자 미래에셋증권은 최대 3000억원에 달하는 증액 발행 계획을 세웠다.
삼성증권도 지난 10일 3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3년물 2000억원 모집에 1조4000억원, 5년물 1000억원 모집에 99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모든 만기 구간에서 민평금리 대비 21bp 낮은 금리에서 모집 물량을 채우며, 목표 금액까지 언더 발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수 있다고 밝혀둔 만큼 삼성증권 역시 증액 발행도 가능해졌다.
지난해만 해도 증권사는 연초에 기관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자금을 집행하는 '연초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태영건설 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미래에셋증권은 당시 목표 물량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오버 금리 발행은 피하지 못했다.
올해 증권사들이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흥행한 건 우량한 신용등급을 토대로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기관은 삼성증권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 미래에셋증권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준금리 인하 전망도 증권업에 긍정적이다. 채권 운용부문에서 손익 개선 효과를 볼 수 있고 시중 유동성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PF 채무 보증 인수 부담도 완화된다.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과 같이 대형사의 경우 이미 국내 부동산PF 관련 부담은 상당 부분 완화된 상태다.
우량한 증권채에 대한 투심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투자 수요가 낮은 A급 중소형사의 분위기는 정반대로 조달 부담감이 커질 수 있다. 중소형 증권사는 대형사 대비 사업 다각화가 부족하고 PF 의존도가 높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중소형 증권사에 대해 대손 충당금 적립과는 별개로 부실 부동산 금융 익스포져 처분·회수 등 정리가 지연되고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